닫기

[창간기획] 재계 ‘깐부회동’에 국민 열광… 국회보다 대기업 신뢰도 더 높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10010004496

글자크기

닫기

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11. 10. 06:00

격동의 20년, 韓사회 어떻게 변했나
"정치 만족한다" 역대 최저 6% 그쳐
10명 중 4명 가까이 "나는 중도층"
경제 실질적 도움 주는 집단 '지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 옛말된지 오래
"北, 경계대상" 日보다 더 멀게 느껴
美친밀도 78%… 2010년부터 증가세
 

20년간 한국사회를 내밀히 들여다본 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나라의 정치를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국민들이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대신 국민들은 대기업에 대해 전보다 더 신뢰하고 있다. 먹고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집단에는 지지와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먹고살기 바쁜 시기를 넘기며 우리 국민의 시야에서 북한은 멀어지고 있었다. 국민은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국민은 한때 일본보다 북한을 가까이 여겼지만 현재는 일본을 더 가깝게 느끼고 있었고 미국과 친밀도는 2020년대 들어 최고조에 달했다.


9일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우리 국민은 본인의 정치 성향에 대해 '중도'라고 여기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3년 27%에서 올해 38%로 조사됐다.


KGSS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 센터가 주관하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전국 대학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진행됐다. 2018년까지는 2797명의 학생들이 직접 조사원으로 참여했고 2021년부터는 한국갤럽이 격년으로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조사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20여 년간 한국사회의 가치관 변화에 대해 진행한 결과다.


◇정치 매우 만족 0%… 미래 위해 경제 발전해야 


이번 조사에서 2025년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 하는 국민은 0%였다. 지난 20년간 1~3%의 비율이 '매우 만족'에 답해왔지만 이제 그마저 사라진 것이다. 또 역대로 한 번도 국민의 30% 이상이 정치에 만족(매우+다소) 한 적이 없고 올해는 역대 최저인 6%에 그치고 있다. KGSS는 이에 대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이 국민의 정치 피로감과 불신을 심화시킨 결과로 해석했다. 


또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에 2003년 조사에선 본인이 매우 혹은 다소 진보적이라고 답한 비중이 31%, 다소 혹은 매우 보수적이라고 답한 비중이 42%였다. 이 비중이 올해는 진보적 31%, 중도 38%, 보수 31%를 기록했다. 


중도층이 다소 우세한 양상을 보인 데 대해 KGSS는 한국사회가 특정이념에 치우치기보다 정권 교체나 정치적 사건에 따라 성향이 유동적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고 봤다. 2017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진보 성향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시기를 제외하면 진보와 중도, 보수 세 집단 모두 40%를 넘지 않으며 일정한 균형을 유지 중이라서다. 


◇국회 신뢰 가장 낮아… 치솟는 대기업 인기 


우리 사회에서 주요 기업들의 총수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사하기도 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회동에서 국민들이 열광한 모습이 상징적이다. 그만큼 경제 발전에 대한 욕구가 높기 때문일까. 우리 국민은 주요 사회 기관들 중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2003년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 조사는 62%였으며 2010년 77%까지 상승, 2021년에 80%를 넘어 올해는 83%를 기록했다. 


이는 국회 응답의 배를 훨씬 웃돈다. 응답자들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0%대에 불과했다. 2003년 20%에서 올해 29%로 꾸준히 매우 낮았다. 대통령실(청와대)에 대한 신뢰는 역대 가장 낮은 39%로 쪼그라들었다. 또 대법원, 검찰, 통계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기관 등에 대한 시각 역시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조사시점이 계엄 이후 국정공백 상황이었던 부분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TV방송국과 신문사에 대한 신뢰도 20년 새 하락했다. TV는 2003년 71%에서 올해 61%로, 같은 기간 신문사는 66%에서 51%로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공영방송과 신문 같은 대중매체가 신뢰를 잃는 이 시기는 유튜브, SNS, 커뮤니티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한 가짜뉴스가 판을 치기도 했다. 이는 KGSS의 또 다른 설문인 '민주주의 작동방식'에 대한 국민의 자긍심이 하락한 것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상승세를 타던 의료계에 대한 신뢰는 2023년 89%를 정점으로 올해는 82%로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정부와 갈등에 따른 전공의 이탈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시민운동단체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점도 눈에 띈다. 2003년만 해도 79%였으나 2020년대 들어 급격히 하락해 올해는 51%만을 기록했다. 


◇통일 이제 중요치 않아… 남 되는 北


우리 국민이 가장 가깝게 느끼는 나라는 지난 22년간 미국이었고, 50%이던 선호도는 점점 높아져 이제 78%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28%이던 북한에 대한 선호도는 5%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은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으로 25%로 잠시 치솟긴 했으나 이후 한자릿수의 선호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에 대한 선호는 2010년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3~2009년 사이에는 46%까지 떨어진 시점도 있었으나, 2021년 84%, 올해도 78%의 응답자가 미국이 가장 가깝다고 느꼈다. 다만 북한이라고 답한 비중이 높았던 2018년에 미국이라고 답한 비중은 잠시 주춤해 56%로 떨어진 바 있었다. 


주목할 부분은 국민들은 이제 북한보다 일본을 가깝게 여기고 있었다. 올해 일본을 가깝게 느끼는 비중은 11%로 북한보다 6%포인트 높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북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다소 필요하다'는 인식을 넘어섰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남북통일이 '다소 필요하다'는 답변은 꾸준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비중이 38%로 '다소 필요하다'를 4%포인트 앞섰다. '매우'와 '다소'를 포함해 필요하다는 답변은 올해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도 2009년부터 '경계대상'이라는 답이 꾸준히 높았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협력대상'으로 여기는 답이 높았던 것에 비춰보면 그만큼 정서적으로 북한과 멀어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소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