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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CEO 탐구] 장원봉 첫장컴퍼니 대표 “데이터로 장례 혁신…3년 내 매출 100억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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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 정주원 인턴 기자

승인 : 2025. 10. 23. 08:30

교원라이프 사내벤처 시작해 독립
장례식장·장지 정보 비교 플랫폼
'깜깜이' 장례산업에 투명성 도입
연매출 17억 예상…해외진출 추진
장원봉 첫장컴퍼니 대표이사
지난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첫장컴퍼니 사무실에서 장원봉 대표가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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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라이프 운영팀 차장이던 장원봉 대표는 평생 직장인의 길을 걸을 줄 알았다. 하지만 2년 전 사내 게시판에 붙은 '사내벤처 모집' 공고가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장례 산업의 불투명한 구조를 바꾸겠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팀을 꾸렸고, 교원라이프 사내벤처 2기 우승을 거쳐 2024년 11월 독립법인 '첫장컴퍼니'를 세웠다. 교원그룹 사내벤처 제도가 만든 대표적 성공 사례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첫장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는 "월급을 받던 입장에서 이제는 월급을 주는 대표가 됐다"며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고 말했다.

'첫장(First Chapter)'이라는 사명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은 겪는 '첫 번째 장례'를 옆에서 돕겠다는 뜻과 떠난 이를 기억 속에서 새롭게 다시 써내는 '추모의 첫 장'을 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름처럼 회사는 장례 시장의 새로운 첫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첫장컴퍼니는 전국의 장지(納骨堂·수목장·자연장) 정보를 한데 모은 비교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공공 데이터로 흩어져 있던 전국 장례식장과 장지 정보를 수집해 이용자가 가격·위치·서비스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깜깜이 시장'으로 불리던 장례 산업에 투명성을 도입한 것이다.

장 대표는 "장지는 생각보다 비싸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차이가 나는데, 정보가 부족해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고객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월간 웹사이트 방문자는 8만 명, 상담 건수는 120건을 넘어섰다. 앱 다운로드 수도 1만 건을 돌파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장지 중개 수수료에서 발생하며, 부고 문자·화환 사업과의 제휴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그는 교원라이프 사내벤처 2기에서 우승한 뒤, 2년간의 인큐베이팅을 거쳐 분사에 성공했다. 이후 교원라이프,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한양대 기술지주 등으로부터 수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장 대표는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해보니 자금이 빠르게 소진되는 현실을 체감했다"며 "80~90곳의 투자사에 직접 메일을 보냈고, 그중 뉴패러다임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례 시장의 성장성과 아이템의 시너지를 높이 평가받았다"고 덧붙였다.

첫장컴퍼니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AI 챗봇을 활용해 장지 상담과 비용 산출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장 대표는 "AI 상담과 비교 기능을 강화해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장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방향은 '준비된 장례' 문화 확산에 있다. 장 대표는 '죽음'을 산업이 아닌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는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준비할 수는 있다"며 "미리 준비하면 따뜻하고 산뜻한 이별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조직 문화 역시 전통 상조업계의 보수적인 분위기와는 다르다. 팀원들과 '밝고 따뜻한 장례문화를 만들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현장 중심으로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장 대표는 "현장에서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그건 우리의 문제다"며 "현장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객 경험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진짜 서비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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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컴퍼니 웹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이미지./첫장컴퍼니
'토스' 입점도 준비 중이다. 장지·상조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토스 플랫폼 내에서 장례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17억원, 내년은 3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3년 내에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베트남 등 아시아권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일본의 경우 화장률 99%에 달하는 장례 선진국이지만, 디지털 플랫폼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동시에 베트남·호주·중국의 현지 마케팅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결혼도 미리 준비하듯 장례도 미리 준비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첫장'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며 "우리는 누구나 맞이할 인생의 첫 장(葬)을 따뜻하게 여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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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정주원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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