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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 LS 구자은式 ‘양손잡이 경영’…더 큰 도약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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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3. 11. 24. 06:00

'주력+미래 신사업' 키워 시너지↑
배터리 소재·전기차 '통 큰 투자'
"新동력 싹 틔워 비전 2030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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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LS그룹 회장에게 2017년은 뼈아픈 해다. 당시 LS엠트론을 이끌던 구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미국계 사모펀드와 신사업으로 키우던 배터리(이차전지) 핵심 소재 동박 사업부에 대한 1조 500억원 규모의 패키지딜을 단행하게 된다. 이 사업부는 오늘날 세계 동박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넥실리스다. 당시 구 회장은 동박 사업부의 미래 가치가 높다 판단해 매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룹 차원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알려진다.

LS엠트론 동박 사업부 외에도 LS그룹은 이차전지 산업이 무르익지 않은 2000년대 초부터 일찍이 배터리 소재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에는 음극재 기술력을 보유한 카보닉스의 지분 66.7%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자홍 그룹 회장시절이던 2010년, 유동성 문제로 LS엠트론 음극재 사업을 포스코에 넘겨야 했다. 이 사업부는 지금의 포스코퓨처엠을 만든 기반이 됐다. 2019년 5월에 상장한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시가총액 23조5488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라는 각오를 다진 걸까. 구 회장은 지난해 1월 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후 2년간 배터리 소재, 전기차 부문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 원자재 회사로 분류되던 LS그룹도 비로소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취임 후 한 손으로는 미래 신사업을 키우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기존 주력사업에 경쟁력도 높인다는 '양손잡이 경영'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 전기차 부분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구 회장이 이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LS엠트론과 LS전선을 거치며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 받는다. 구 회장은 LS엠트론 부회장이었던 2016년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에 동박을 공급하기도 했다.

LS그룹은 지난 6월 지주사인 ㈜LS가 하이니켈 양극재 전문회사 엘앤에프와 함께 전구체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을 만들었다. 전북 새만금산업단지를 거점으로 하는 합작회사는 전구체 공장을 연내 착공해 2025~2026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후 지속 증산을 통해 2029년 12만톤 생산을 목표로 한다. 총 사업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전망한다.

LS는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그룹을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구축할 계획이다. 80년간의 동 정·제련 기술을 가진 LS MnM이 생산한 황산니켈을 합작사에 공급하고, 엘앤에프는 합작사가 생산한 전구체를 공급받아 2차전지 양극재를 만든다. 합작사는 LS 55%, 엘앤에프 45%의 지분으로 공동 경영 체계로 출범할 예정이다. 양사는 전구체 제조와 판매부터 황산니켈과 리사이클링 분야까지 2차전지 양극소재 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한다.

또 지난해 5월 9300억원을 들여 계열사인 LS니꼬동제련(현 LS MnM)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LS니꼬동제련은 LG전선과 KX금속의 합작법인 JKJS가 지난 1999년 설립한 국내 최대 비철금속소재 기업이다. 단일 제련소 기준 전기동 생산량 세계 2위인 온산제련소를 갖고 있다. LS MnM의 완전 자회사 편입으로 LS그룹이 소재 사업 추진에 더욱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S MnM은 향후 LS그룹의 배터리 소재 사업의 핵심 비밀병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LS MnM은 비철금속 분야 국내 생산 1위 기업이며, 제련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구 회장의 복안은 LS MnM의 제련 기술을 활용, 폐배터리 회수율 극대화하고 동시에 원재료를 뽑아내면, 원재료 조달에서 높은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배터리 원료부터 재활용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전기차 관련 사업 확장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LS전선에서는 전기차용 전선을 생산하며, LS일렉트릭은 전기차 전력 제어 기기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지주사인 ㈜LS와 LPG 사업 계열사 E1이 50%씩 출자해 법인 'LS E-Link(이링크)'를 설립하고 전기차 충전사업도 본격화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기존 주력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이다. LS전선은 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해상 풍력 구동을 위한 급증하는 해저케이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전통강자'인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독일 NKT와 기술력을 견주고 있다. 국내에서 해저 전선의 생산부터 제조, 포설, 시공까지 모든 단계 가능한 국내 유일의 업체다. 올해 수주 잔고만 5조원이 넘는다.

LS그룹은 구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36조3451억원, 영업이익 1조1988억원이라는 호실적을 거뒀다. 2003년 그룹 출범 이후 20년 만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전년 대비 각각 약 20%와 29% 늘어난 수치다. 세계 경제의 둔화 흐름 속에서도 전력·통신인프라, 소재, 기계, 에너지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선방한 덕이다.

구 회장은 "올해부터는 기존 주력 사업 위에 구자은이 뿌린 미래 성장 사업의 싹을 틔움으로써 비전 2030을 달성하고 그룹의 더 큰 도약을 일구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취임 당시 언급했던 양손잡이 경영 전략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만큼, 그의 존재감과 LS그룹의 미래는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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