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47조원 적자지만, 최근 5번 인상 국민 부담 커
전기료 인상 요인 '가스 직수입제·우회판매 방치' 지적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없는 인상 문제 제기
|
22일 취재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21일 올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으로 동결했다. 산업자원통상부는 이를 기반으로 기획재정부와 요금 인상 시기와 수준을 검토한다. 이후 당정 협의를 거쳐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관련해 "관계부처와 함께 한전 재무상황, 국제 연료가격 동향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 한전의 누적적자는 47조 원에 달하고 사채발행도 한계에 왔다"며 다만 "국민들께 이미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특단의 추가 대책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소상공인과 국민들은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준영 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감사는 "8월 전기요금이 340만원으로 작년 8월이랑 비슷하게 썼는데도 80만원 더 나왔다"며 "이번에 전기요금이 또 오르면 PC방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소상공인 지원 대책 없이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만 해왔다"고 토로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기요금 분할납부를 신청한 소상공인 약 7000명의 전기요금은 약 70만원으로 1년 전 48만원보다 46% 급증했다. 소상공인에게 주로 적용되는 전기요금인 일반용(갑)이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28.5원 올랐고 기록적 폭염으로 전기 수요가 늘었다.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도 이미 커졌다. 지난해 이후 전기요금이 5차례 올라 kWh당 40.4원 올랐다. 4인 가구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은 지난해 1월 대비 1만5250원 올랐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두고 난제에 직면했지만 전기요금 인상 요인인 LNG직수입과 우회판매를 방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LNG직수입과 우회판매는 한전과 가스공사 부담을 높여 결국 전기요금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가스 직수입제를 폐지하고 SMP(전력도매가격) 상한제를 강화해 천연가스 민간 직수입자들의 초과 이윤을 회수해야 국민 부담이 낮아지고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직도입 민간발전사들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낮은 시기 직수입 물량을 늘려 가스공사가 저렴하게 장기계약 할 기회를 가져가고, 지난해처럼 국제 가격이 높은 시기 직수입 물량을 줄여 의무공급자인 가스공사의 비싼 현물 수입이 늘어 도매 비용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이는 가스 수급 불안을 키우고 가스공사의 가스도입 비용과 전력도매가격(SMP)을 높여 결국 가스와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직수입사들이 현행법 취지를 위반해 해외 자회사를 통해 천연가스를 국내 다른 기업에 파는 우회판매도 전기요금 인상과 수급 불안을 키운다는 입장이다.
구 실장이 지난 4월 발표한 '전기·가스요금 폭등의 구조진단과 대안'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1년 동안 적용될 경우 직수입 민간발전사 영업익이 약 1조원 감소해 그만큼 한전의 연간 전력구입비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