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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은행도산 위기에 중앙은행이 할 일을 생각한다

[김이석 칼럼]은행도산 위기에 중앙은행이 할 일을 생각한다

기사승인 2023. 03. 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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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심의실장
미국과 스위스 등 세계 이곳저곳에서 부실화된 은행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실리콘밸리 은행이, 스위스에서는 '크레딧 스위스' 투자은행이 그랬다. 아마도 자금 사정이 나쁜 다른 은행들도 혹시나 예금자들이 그들의 예금을 남보다 먼저 찾으려는 뱅크런을 시도할지 몰라 안절부절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사실 부분지급준비제도에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자신의 예금을 찾고자 몰려들면 그 어떤 은행도 버티기 어렵다. 부분지급준비제도 속에 만기불일치가 이미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그의 책 《선택할 자유》에서 대공황을 분석하면서 1930년 12월 합중국은행(The Bank of America)이 문을 닫은 것이 대공황이 금융공황으로 치달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3장 4절) 이 은행은 평범한 상업은행이지만 이름 때문에 국립은행으로 여겨졌고 이로 인해 이 은행의 도산이 은행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줘서 다른 은행들에서도 예금인출 소동이 일어나게 되었고 1930년 12월 한 달 동안 352개의 은행이 도산했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연준 내의 권력투쟁의 결과 합중국은행의 도산을 방치한 채 적극적인 정책을 쓰지 않은 연준에 이런 금융위기의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연준이 대규모 공개시장 조작을 행하고 정부채를 매입해 주었더라면 예금인출쇄도도 줄었을 것이고 통화량의 격감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프리드먼의 생각이다. 

이런 프리드먼의 생각을 따르자면, 연준이 실리콘밸리은행에 최대한 유동성을 공급해서 예금자들이 그들의 예금을 언제든 찾을 수 있다고 안심시켜서 더 이상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이런 방향의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가격이 크게 하락한 연준이 정부채를 어느 정도의 가치로 평가를 해줘서 유동성을 공급해줄 것이냐는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이런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뭉칫돈을 풀었지만, 이것이 다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인상과 마침내는 소비재의 가격의 인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해왔다. 그런데 이제 고금리로 인해 도산하는 은행이 나오자 이제는 뱅크런을 막기 위해 다시 은행들에 돈을 풀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한 것이다.

아마 누가 통화문제를 맡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 은행의 위기가 전체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프리드먼이 제시한 정책들 혹은 그것과 유사한 조치들을 구상하지 않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더 고심해볼 게 있다. 바로 뭉칫돈을 풀고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매우 낮게 만들면, 당장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에서 붐이 일고 또 소위 대박을 꿈꾸는 투자들이 활발해질 것이다. 그러나 풀린 돈이 물가상승으로 나타나는 순간 다시 풀린 돈을 회수하는 조치를 하게 될 때, 이자율은 급등하고 이곳저곳에서 높아진 이자율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이들이 아우성을 지른다.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면서 투자한 것들은 본질적으로 청산되지 않을 수 없는 '잘못된'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제스와 하이에크의 경기변동이론의 핵심적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아우성에 대응해서 다시 돈을 풀게 되면, 지나치게 낮춘 인위적 이자율에서 잘못 투자된 것들이 정리될 기회를 잃고 언젠가 다시 터질 운명인 규모가 더 커진 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풀어 손쉽게 경제문제를 해결하려고 드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는 것을 정치권과 정부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우쳤으면 좋겠다. 한은이 할 일은 '통화가치의 유지'를 통한 건전한 화폐시스템의 유지다. 이를 넘어 고용까지 책임을 지게 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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