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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정부의 HMM 지분매각 의지, 공은 던져졌다

[취재후일담] 정부의 HMM 지분매각 의지, 공은 던져졌다

기사승인 2022. 08. 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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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환 해수부 장관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경영권 이양" 발언에 파장
HMM 지분 민간 매각, 최대 관건은 2조원대 영구채 상환 or 주식전환
산업은행·해진공 고민 깊어질 듯…소액주주 "당초 지원취지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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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제공=해양수산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0일 열린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HMM은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경영권을 이양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HMM 주식은 KDB산업은행이 20.69%, 해양진흥공사가 19.95%를 갖고있는데요. 두 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정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HMM의 관리 주체인 해수부가 지분매각 방향성을 제시한만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도 관련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보유한 HMM 영구채권 처분이 관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의 향후 처분 방향은 시장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그동안 HMM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지원했습니다. 두 기관이 들고있는 HMM의 영구채는 2조6800억원 규모의 CB 5건, BW 1건이 남아있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율이 각각 36.02%, 35.67%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영구채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한 상황을 가정한 것입니다.

일단 시장에서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2조원을 웃도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과 해진공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 팔게되면 그 충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주가 희석 효과로 기존 주주는 물론 산은과 해진공도 피해를 입는 자충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산업은행이 만기가 도래한 3000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바꿨습니다. 뒤이어 해양진흥공사가 10월 6000억원어치 CB의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했고요. 해양진흥공사가 주식전환을 발표한 다음날 HMM 주가는 9%가까이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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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산업은행 전경/사진=산업은행
더욱이 HMM이 해양진흥공사에 191회 영구 CB의 중도 상환을 청구했는데, 해진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한 일이 알려지면서 주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해운업황이 살아나면서 현금을 쌓아뒀던 HMM이 해진공에 6000억원을 갚겠다고 했지만, 해진공이 이를 거부하고 주식으로 전환해 2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죠.

HMM은 주주 가운데 소액투자자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회사입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의 주식전환 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또 이런 선택을 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조 장관의 발언에서도 지분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조 장관은 사전브리핑에서 "(HMM의) 평균 주가로 본다면 35% 정도의 지분을 확보해 (민간에서) 경영권을 확보하려해도 10조원 가까운 돈이 투입된다"며 "그렇게 된다면 민영화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기관의 보유 지분이 더 늘어나면 그 처분의 문제도 커집니다. 매각을 수월하게 진행하려면 산업은행 혹은 해양진흥공사 한 쪽으로 지분을 몰아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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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2만4000TEU급 'HMM 함부르크'호/제공=HMM
◇HMM 넉넉한 현금, 영구채 조기 상환 시도는 내년부터 가능
HMM이 영구채의 조기 상환을 시도한다면 그 시점은 내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2018년 10월25일 발행한 제192회 CB(4000억원)가 내년 10월에 5년을 채워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구채 특성상 상환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당장 11월부터 연 6%의 이자를 내야하는 만큼 여러모로 갚는 것이 유리한 상황입니다.

최윤성 HMM 전략·재무총괄도 지난달 중장기전략 발표에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스텝업(채권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조항)을 사실상 만기로 보고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생각"이라고 밝혔고요.

HMM의 현금성 자산도 넉넉합니다. 지난 2년간 지속된 해운업 호황 덕분이죠. 지난 10일 발표한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1조3269억원(현금 및 현금성 자산 3조4338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7조9931억원)에 달합니다. 현금성 자산은 2019년 7036억원보다 1509%(약 16배) 급증했습니다. HMM이 구체적인 조기상환 계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갚고도 남을 금액을 보유한 셈입니다.

다만 회사는 최근 중장기 계획으로 약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2022 아시아투데이 산업포럼
기업 회생을 위한 정책금융의 발전적 운용전략을 논의하는 '2022 아시아투데이 산업포럼'이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홍이표 HMM소액주주연대 대표가 질의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산은·해진공 이미 소액주주 마음에 상처 남겨…이번엔 다를까
시장에서는 정부가 처음으로 HMM 지분매각 의지를 밝힌데 높은 평가를 하면서도, 구체적 실행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특히 HMM 소액주주들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홍이표 HMM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 시절에도 단계적 지분 정리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HMM으로부터 현금상환을 받지 않고 영구채 3000억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분 매각에 대한 방향성만 던질 것이 아니라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겁니다. 조 장관이 언급한 '중장기'라는 단어가 주는 '불확실성'도 경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미 비슷한 발언이 여러차례 이어진데 따른 피로로 보입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힘든 기업을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본래의 취지를 떠올려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홍 대표는 "국가의 공적자금, 국민 혈세가 힘들었던 HMM의 회생과 성장을 위해 지원됐고 HMM은 매달 1조원대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HMM의 경영정상화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면 현금으로 상환받아 다른 힘든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말했죠.

이어 "소액주주들 사이에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 영구채를 주식전환하고 성과급 잔치를 했다는 망국적인 소문까지 퍼져 있다"며 "국가기관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토록 피해를 입히고 본래 지원 취지가 아닌 이익만 탐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고 되물었습니다.

산은이나 해진공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익을 낼 수 있는데 시도하지 않으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HMM이 힘들 때 다방면의 지원을 했던 수고도 분명 있습니다.

HMM은 2020년 2월까지 3000~4000원대에 거래되다가 지난해 5월 주가가 5만1000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후 4만원대를 횡보하다 10~11월 이후 3만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11일 종가는 2만5300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앞서 소개한 영구채, CB의 주식전환 가능성 등이 HMM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지분매각 방향을 제시한 정부가 소액주주와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현명한 해결책을 내놓을 지 주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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