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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산 배제’ 법안…현대차 타격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아닌 이유

美 ‘중국산 배제’ 법안…현대차 타격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아닌 이유

기사승인 2022. 08. 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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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 생산 전기차에 세제 혜택
현대차·기아, 1000만원 인상 떠안아
테슬라 등 현지 기업도 中 소재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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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통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미국 현지에 전기차 라인이 없는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법안 시행으로 당장 1000만원가량의 가격 인상 부담을 떠안게 돼, 전기차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현지 기업인 테슬라, GM, 포드 등도 중국산 소재, 부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번 법안 시행으로 마냥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현재 미국에서 가동하는 전기차 생산 라인은 없다. 현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오닉5, EV6 등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오는 11월부터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하는 GV70 전기차는 생산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아의 경우 2024년부터 EV9을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가 조성하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도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으로 시일이 걸린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가 최대 1000만원(7500달러)에 달하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면, 결국 가격 인상 악재가 될 수 있어 서둘러 현지 전기차 생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한국 기업뿐 아니라 전기차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의 악재이기 때문에, 결국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중국산 소재, 부품이 전기차 관련 시장을 장악한 상황으로 미국 기업인 테슬라, 포드, GM 등도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미국 전기차 공장이 2025년부터 가동되고, 기아 중대형 SUV도 2024년부터 생산에 돌입해 인플레이션 법안의 영향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며"하지만 모든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완성차들도 CATL 같은 중국산 배터리나 중국산 광물이 다수 들어간 배터리를 쓰고 있어,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을 자국산으로 교체하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서겠지만, 미국 당국이 제시한 요건에 충족하려면 수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GM, 포드,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 자동차혁신연합 존 보첼라 회장은 "이 기준대로 하면 현재 미국 내 72개 전기차 모델 중 70%는 보조금에서 탈락한다"며 "그 어떤 전기차도 완전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법안 시행은 미국이 앞장서서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장악을 막아주는 상황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국내 배터리 기업은 물론 현대차·기아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비야디 등 중국의 전기차 해외 진출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을 텐데, 그때는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은 중국 업체에 당해내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시장 파이도 커질 수 있다"며 "법안에는 보조금 상한성을 없앤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를 통해 프리미엄급 완성차 들도 보조금을 받게 돼 파이가 커질 수 있는 시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현지 생산을 캐나다, 멕시코까지 포함한 북미로 규정한 것이 현지에 공장이 있는 현대차, 기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에 북미를 모두 포함시킨 것이 의미가 있다"며 "기아의 경우 멕시코에 (연산) 40만대 공장을 갖고 있는 등 현대차그룹은 북미에 140만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전기차 현지 공급망을 갖추는 데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일찌감치 미국 내 공장 설립, 현지 기업 합작 등을 준비해 온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으로 시장 장악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송전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전기차 업체들의 미국 내 배터리 수요는 현지 공급망을 구축 중인 한국 배터리 업체들로 집중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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