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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픈 노동자의 조기치료와 복귀를 위한 상병수당

[칼럼] 아픈 노동자의 조기치료와 복귀를 위한 상병수당

기사승인 2022. 06.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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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완
구정완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회장
드디어,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아픈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적용대상 근로자가 아니거나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해 보상을 못 받는 경우,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해 소득이 줄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 등을 지켜본 의료진으로서, 아픈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한 제도인 상병수당의 도입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보건복지부는 1차년도 시범사업을 6개 지역을 대상으로 최저 임금의 60%인 하루 43,960원을 정액 보상해주며, 대기기간과 지급기간의 정의에 따라 3개 모델로 나누어 진행한다고 발표하였다. 대기기간이 7일이고 근로활동이 어려운 기간(근로활동불가기간) 전체에 대해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모형과, 대기기간이 14일이고 근로활동불가기간 전체에 대해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모형, 대기기간은 3일로 짧게 하되 입원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의료기관 이용일수에 대해서만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모형 3가지이다.
대기기간이 길어질수록 중증 질환만 신청하거나 조기치료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고, 최저임금의 60%에 불과한 보장 수준은 충분한 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상병수당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법정 병가제도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상병수당 도입과 함께 업무 적합성 평가에 기반을 둔 작업 복귀프로그램도 함께 도입될 필요가 있다. 유급 병가제도가 탄탄하고 상병수당 제도를 백 년 가까이 운영해 온 스웨덴이나 독일에서는 2000년대 이후 직장복귀를 목표로 대대적인 상병수당 개혁이 이루어진 바 있다. 건강이라는 것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닌 연속된 과정이라는 점에서, 일정 기간 치료 이후에는 현재의 건강 상태에 맞게 작업 조건을 조정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심근경색으로 치료받은 버스 운전노동자가 운전을 다시 할 수는 있을지, 다시 한다면 언제, 어떤 조건하에 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기계 조립을 하는 노동자가 팔을 다쳤다면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경과를 고려할 때 이전에 하던 작업을 하려면 어떤 작업환경과 조건의 개선이 필요한지, 언제쯤 그 작업을 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고 도와야 한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원래 하던 일을 못하게 된다면 언제쯤 어떠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지 연계해주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뿐만이 아니라 주치의, 재활의학전문의, 직업재활, 사회재활,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재난 상황에서 아파도 쉴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되고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을 경험했던 우리 사회에 상병수당 도입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한 발 내딛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시범사업에 불안정 노동자들과 자영업자가 포함된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그런 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상병수당 도입으로 산재인정의 어려움과 절차의 지연으로 조기 치료가 어려웠던 노동자들이 조기치료와 작업복귀의 선순환 구조로 들어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픈 노동자를 단순히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 생활이 있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자’로 보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큰 전환의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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