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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정과제 53번과 거꾸로 가는 미래대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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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11. 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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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3x4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3번은 '지방재정 확충으로 자치재정권 확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다. 지방의 자주재원을 늘려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교부세율 상향 등을 통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앙에 집중된 재원과 결정권을 지방으로 넘기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은 이 약속과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내국세가 일정한 추세보다 많이 걷히면 지방교부세로 배분될 재원의 일부를 기금에 적립하고, 이를 청년 지원과 국가전략기술 육성, 지역 산업 기반 확충 등에 투입하는 구조다. 지방에 쓰이는 돈이라는 설명이 붙지만 어디에 얼마를 쓸지는 중앙정부가 정한다.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사업명과 용도를 정해 내려보내는 국고보조금과 성격이 다르다.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줄이면서 지방정부가 지역 사정에 맞게 쓸 수 있도록 보장한 일반재원이다. 지방교부세로 갔다면 지방정부가 사용처를 결정했을 돈을 기금으로 돌리면 지방의 재량은 줄고 중앙정부의 통제력은 커진다. 돈이 지방에서 쓰인다는 사실만으로 재정분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용도를 결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부도 논란을 의식하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이 세수 급등락에 따른 지방재정 충격을 줄이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2023년과 2024년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지방교부세가 줄면서 지방정부가 겪은 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세수가 많이 걷힐 때 적립하고 세입 여건이 나빠지면 지방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필요성은 있다. 내국세에 연동되는 지방교부세가 세수 상황에 따라 크게 오르내리면 지방정부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세입이 늘었다고 사업을 벌였다가 이듬해 교부세가 줄면 자체 사업을 중단하거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꺼내 써야 한다. 국고보조사업에 필요한 지방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문제는 재정 변동을 줄이는 방식이다. 지방의 자주재원 일부를 중앙정부 주도의 기금으로 돌리는 것까지 재정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는 없다. 재정 안정이 목적이라면 적립과 배분 과정에서 지방의 몫과 결정권을 보장하는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미래산업 투자까지 한 기금에 묶으면 재정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중앙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지방의 현안보다 앞설 수 있다.

여기에 정부는 지방교부세 총액과 일반재원 지원 규모를 근거로 든다. 2027년 지방교부세가 올해보다 7조8000억원 늘어난 77조2000억원에 이르고, 기금의 지방계정 가운데 3조5000억원은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일반재원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교부세 총액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논란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세수가 크게 늘면 현행 구조에서도 지방교부세는 증가한다. 따져야 할 것은 전년 대비 증감액이 아니라 기금이 없었을 때 지방에 돌아갔을 금액과 비교해 자율재원이 얼마나 줄어드느냐다. 일반재원 3조5000억원도 지방교부세로 배분됐다면 처음부터 지방이 사용처를 정했을 돈이다.

미래산업에 대한 장기 투자는 필요하다. 세수 변동으로 지방 살림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전판을 만드는 일도 늦출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정분권이라는 정부의 약속을 뒤로 밀어서는 안 된다. 지방의 미래를 위한다며 지방의 결정권부터 줄인다면 국정과제 53번은 시작부터 이름만 남게 된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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