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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없어서 못 판다”… 메모리 3사, 증설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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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11. 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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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포함 76조8000억원
SK하이닉스, 용인공장 등 투자 확대
마이크론, 日 히로시마 등 증설 계획
전문가 "수요 가시화로 선제적 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장기공급계약(LTA)'으로 확보한 수요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메모리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상 반도체 업계는 시황에 따라 증설과 감산을 반복해 왔고, 그 결과 실적 변동성도 컸지만 최근에는 고객사와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공급 물량을 먼저 협의한 뒤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장기계약이 공급 대부분을 차지하며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 발표를 마친 메모리 3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중장기 공급 계획과 투자 방향을 구체화했다. 공장과 클린룸 등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장비 반입과 생산량 확대는 고객 수요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공통된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 물량에 대해 목표 가격으로 협상을 마쳐 사실상 완판한 상태다. 대형 고객사 10곳과 장기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로 10곳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생산능력의 60~70%에 해당하는 수요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연간 공급 협상을 넘어 수년 뒤 수요까지 가시성을 높여 투자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설투자 계획은 7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1.7% 증가한 규모다. 다만 이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증설을 포함한 금액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건설에 시간이 걸리는 클린룸 등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고 실제 생산에 필요한 장비는 수요에 맞춰 도입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 14곳과 장기계약을 맺고 사실상 3년간의 물량을 완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기계약 물량 자체가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에 해당해 안정적 수요 기반은 마련돼 있다는 분석으로, 이를 기반으로 생산능력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선 청주 M15X의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HBM4 공급을 늘린다. 회사는 올해 4분기 HBM4 출하량과 매출이 각각 HBM3E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선단공정 비중 확대를 위한 장비 투자와 용인 첫 공장의 생산 확대, 국내외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면서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마이크론 역시 내년 HBM 공급 물량 대부분을 계약으로 확보하고 생산 거점을 확충하고 있다. 싱가포르 HBM 패키징 시설은 2027년 초 초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아이다호 첫 공장인 ID1의 첫 D램 웨이퍼 생산과 대만 퉁뤄 공장의 본격적인 출하는 내년 중반으로 계획돼 있다. 일본 히로시마 증설과 아이다호 두 번째 공장인 ID2의 초기 생산 목표 시점은 2028년 말이다.

마이크론은 2027회계연도 상반기에만 약 25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투자 증액분 대부분은 2028년 말 이후 활용할 클린룸 건설에 투입한다. 당장의 출하 확대뿐 아니라 수년 뒤 수요에 대응할 생산 공간 확보에도 자금을 배분하는 것이다.

다만 3사의 투자 확대가 곧바로 공급 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장 건설 이후에도 장비 설치와 공정 안정화, 고객 인증을 거쳐야 실제 출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계약은 이 같은 투자와 공급 확대 사이의 시차 속에서 중장기 수요를 가늠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수요가 가시화된 만큼 생산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명분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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