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리더십 유지 위해 지속 투자 및 M&A 필요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체 고려해 함께 성장해야
성과급 갈등, 조직 내 긴장 다독이는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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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내부에서도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내 게시판에 이 회장의 취임사 대신 '미래에 대한 도전'이라는 글을 게시하고 임직원들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는데, 단 하루 만에 조회수는 12만3000건, 댓글은 1200개 넘게 기록됐다. 사업적인 위기감을 그 누구보다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던 구성원들인 만큼 희망적인 분위기가 컸다는 방증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삼성을 잘 알고 있는 정계,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에게 '이재용호 4년'에 대해 물었다. 전문가들은 취임 시 기대에 완벽히 부응한 것으로 실적 개선을 꼽았다. 삼성전자의 현재 실적은 '개선'한 차원을 넘어 한국 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인공지능(AI) 산업의 확장으로 인한 수혜를 넘어 이 회장의 투자 결단이 밑거름이었다고 진단한다.
시급한 과제도 있다. 새로운 조직문화 형성과 선도적인 기술 투자다. 역대급 실적은 전에 없던 성과급을 형성했고, 내부 부문 간 갈등에 이어 주주와의 갈등까지 만들었다. 우리 산업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봉착한 만큼, 삼성이 나아가 적절하고 참신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 기술 위한 조직 구성, 생태계 조성은 필수 과제
그러면서 이 회장이 현재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기술력을 가장 앞에 놓고, 임직원들이 스스로 혁신하고 싶어지는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장 기술자가 문제를 발견하면 직급에 관계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이 회장께서는 자발적인 혁신 의지가 살아 움직이도록 사람과 조직을 이끌어주셨으면 한다"면서 "호황기에 확보한 자원을 다음 세대 연구개발과 인재 육성에 꾸준히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삼성전자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과거와 같은 '판단 미스'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봤다. 2019년 삼성전자가 HBM 개발을 후순위로 미뤘던 시기에 기술 격차가 발생했고, 이를 다시 따라잡기까지 상당한 자원이 소요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엔지니어 출신들이 지속적으로 고위 임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런 전철을 다시 밟으면 이제는 정말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발 빠르게 기술 리더십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걸 위해 사장 레벨에서의 의미 있는 인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은 삼성에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맏형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단장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데 더 주도적으로 나서달라"면서 "삼성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혼자 잘하는 것을 넘어 주변 기업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자회사 육성도 필요하지만 국내 기업 중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큰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원익'이나 '테스' 등 국내 장비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소재 기업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도 비슷한 조언을 했다. 이 교수는 "삼성이 산학연관 상생협력의 구심점이 돼 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삼성이 보유한 인프라와 경험을 대학, 연구기관, 협력사와 나누며 성장한다면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 등기이사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투자속도·인재개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결국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봤다. 최 교수는 "인재 전략에 대해 근본적인 면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정말 공로가 있는 직원에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일상적 업무를 하는 사람에는 합당한 대우를 하는 세밀한 경영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인재제일'을 중요 가치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에 고졸 사원으로 입사해 반도체 임원까지 올라간 양향자 최고위원은 "인재제일은 제게 특히 절실한 말"이라면서 "개인의 가능성을 믿어준 일이 기업과 국가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제 삶으로 배웠고 삼성이 증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역사에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기술자들의 헌신이 있으며, 이 영웅들을 끊임없이 찾아내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에게 "학력과 출신을 넘어 실력과 가능성을 알아보는 기회를 더 넓혀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 전에 없던 성과급 갈등, '이렇게' 다뤄야 한다
홍기용 교수는 기본적으로 법적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들이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 회장 역시 큰 틀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삼성과 같이 여러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조직 내 긴장 국면을 다독이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이 났을 때와 업황이 어려워졌을 때도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은 평소에 마련하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면서 "보상 기준을 납득할 수 있어야 구성원들도 다음 도전에 힘을 쏟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이재용의 할 일, 결국 기술 선도와 원칙 준수
이 회장이 주도한 하만 인수가 결국 삼성의 미래 사업 추진의 동력이 된 것 처럼 보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형준 단장은 "풍부한 자금을 활용해 미래를 내다보는 M&A를 보다 선제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반도체는 작은 이상을 발견했을 때 그냥 넘기지 않는 '양심산업'이라며, 경영과 인재육성이 이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 최고위원은 "이재용 회장이 긴 안목으로 사람과 기술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우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