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스캔들 다룬 '로스코'·매카시즘 그린 '아메리칸 드림' 교도소 연극 수업 담은 '인트라 무로스'까지… 진실과 양심을 묻다
연극 아메리칸 드림 파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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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메리칸 드림'의 한 장면. /파르코
해외 연극계에서 주목받은 화제작들이 잇달아 한국 관객을 만난다. 미술시장 위작 스캔들부터 매카시즘의 광풍, 교도소에서 시작된 연극 수업까지 서로 다른 소재를 통해 진실과 양심, 예술의 의미를 묻는다.
일본 연극계의 대표 창작자 미타니 고키의 신작 '아메리칸 드림'이 오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아메리칸 드림'은 1940년대 후반 미국을 휩쓴 반공주의 광풍인 매카시즘과 할리우드의 '적색 사냥'을 배경으로 동료를 밀고해 살아남을 것인지 신념을 지키다 모든 것을 잃을 것인지 갈림길에 선 영화인들의 모습을 그린다. 호텔 객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4명의 영화인과 2명의 조사위원이 벌이는 심리전이 작품의 중심이다. 비밀활동위원회의 심문을 앞둔 인물들은 과거의 사상과 신념을 추궁받으며 생존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린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으로 정교한 대사와 코미디 감각을 선보인 미타니는 이번 작품에서 권력과 예술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는 이번 작품이 희극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예상치 못한 웃음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일본 초연 출연진이 그대로 참여하는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일본 7개 도시 투어를 거쳐 서울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사진자료] 인트라 무로스_메인 포스터_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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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트라 무로스' 포스터. /엠비제트컴퍼니
프랑스 극작가 겸 연출가 알렉시 미샬릭의 '인트라 무로스'는 11월 10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인트라 무로스'는 '벽 안에서'라는 뜻으로 교도소라는 닫힌 공간에서 펼쳐지는 연극 수업이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작품 속에서 연출가 리샤르는 사회복지사 알리스의 제안으로 수업을 열지만 참여자는 충동적인 청년 수감자 케빈과 침묵을 지키는 장기 복역수 앙쥬 두 명뿐이다. 역할 바꾸기와 과거 재현하기 등 연극 훈련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은 감춰온 상처와 비밀을 털어놓고 서로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얽힌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극중극을 오가는 빠른 장면 전환과 반전이 특징이다. 5명의 배우가 각자 여러 인물을 소화하는 구성도 눈길을 끈다. '인트라 무로스'는 2017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현지에서 장기 공연을 이어온 서사극이다. 국내 공연은 김태형 연출이 맡는다. 연극이라는 행위가 인간의 상처를 드러내고 타인과 자신을 이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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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스코'의 한 장면. /LG아트센터 서울
폴란드 출신 연출가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의 대표작 '로스코'는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국내 초연된다. '로스코'는 라트비아의 다일레스 극장이 제작한 작품으로 2004년 미국 뉴욕에서 830만 달러에 팔린 추상미술 거장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위작으로 밝혀진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작품의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작가의 이름과 시장이 매긴 가격이 예술의 진정성을 보증할 수 있는가. '로스코'는 미술시장의 실화를 발판 삼아 원본과 복제, 진품과 가짜의 경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무대 언어도 파격적이다. 영화 촬영장을 연상시키는 대형 세트에 라이브 카메라와 테크노 음악을 결합해 약 3시간 55분 동안 관객을 몰입시킨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형 스크린으로 실시간 중계되고 객석에서는 볼 수 없는 무대 뒤편까지 영상에 담긴다. 관객은 실제 무대와 스크린 속 장면을 동시에 바라보며 무엇을 진짜라고 믿는지 되묻게 된다. 2022년 라트비아 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2024년 이탈리아 프레미 우부에서 최우수 해외공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원작과 흡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예술의 가치와 진정성을 묻는 질문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