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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日언론, 국내선 얌전 해외선 용감…韓언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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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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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최종
최영재 도쿄 특파원
지난 10월 13일 러시아 사할린에서 일본 홋카이도신문 기자가 스파이혐의를 쓰고 체포됐다. 그는 모스크바 감옥에 갇혀 있다. 지난 1월 20일에는 일본 NHK테헤란지국장이 이란의 민주화운동을 취재하다가 이란 당국에 구속됐다. 일본 기자들의 수난을 접하면서 과거 만났던 용감한 일본 기자들이 생각난다.

1999년 8월 내전으로 대량살육이 진행되던 동티모르였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사진기자를 잊지 못한다. 당시 UNAMET(유엔동티모르선거지원단) 직원들은 교전현장을 취재하는 종군기자들에게 안전선을 그어주고 선을 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었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였다. 선을 넘다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일본기자는 안전선을 넘더니 한국군의 '응용포복' 자세로 전진하는 것이었다. 오른손으로는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잡고 왼쪽 팔꿈치로 땅을 짚어가며 기고 있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 발 더 앞으로." 전설적인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가 후배기자들에게 남긴 격언이다. 동티모르의 그 일본기자는 이 격언을 실천하고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좋은 앵글을 잡기 위해... 당시 동티모르 현장에서 취재했던 한국기자는 5명. 일본기자는 45명. 9배라는 숫자로도 일본기자들은 한국을 압도하고 있었다.

9·11 테러가 나던 2001년 9월 11일이었다. 다른 사건으로 도쿄에 취재를 왔다가 미국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모습을 일본 방송으로 보게 되었다. 엄청난 콘크리트 먼지가 월스트리트를 덮치고 뉴욕시민들이 그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아나고 있었다. 그 행렬 속에서 일본 방송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뛰면서 리포트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 접한 한국뉴스는 너무나도 달랐다. 한국의 주미특파원들은 안전한 사무실에서 CNN화면을 틀어놓고 상황을 리포트하고 있었다.

도쿄에서 일하는 지금, 매일 일본 언론을 모니터링한다. 그런데 일본 언론은 국내문제에서 매우 얌전하고 차분하다. 사건 사고도 경찰 통제선 밖에서 앵글을 멀리 잡고 경찰 발표를 전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스캔들 보도도 마찬가지다. 주간문춘 같은 일부 주간지를 빼고는 대부분 언론이 조용하게 보도한다. 해외만 나가면 그렇게 용감해지는 일본 기자들이 국내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한국언론은 반대다. 국내보도에서 매우 용감하다. 세월호 사건이나 이태원압사 사건처럼 국내에서 대형재난이 일어나면 언론은 매우 선정적으로 보도한다. 권력핵심에서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쓸거리가 없어져도 재탕삼탕 도배질을 한다. 일본인이 보면 이상하리만큼 한국 내부의 권력충돌을 언론이 증폭시킨다. 그러나 한국언론이 외국에 나가면 앞서 말한 기자들만큼 용감해질까?

물론 20여년 전 사례는 있다. 2003년 8월 7일 중국 상하이에서 탈북자들의 일본인학교 진입을 취재하다 공안에 체포된 김승진 프리랜서 촬영기자와 금명석 사진기자, 같은 해 1월 중국 옌타이에서 탈북자의 배 탈출을 촬영하다 체포된 석재현 사진기자 사례가 있다. KBS 용태영 특파원은 2006년 3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취재 중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약 22시간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사례는 거의 없다. 전반적으로 한국언론은 해외에서 얌전해진다.

한일 양국 언론의 차이는 두나라 외교당국에도 이어진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내부를 취재하면서 일본대사관 직원들이 24시간 퇴근하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유는 한국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황에서 주요 외교안보 현안의 결정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일본 외무성의 주문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음날 아침 도쿄시내에 깔리는 일본 언론의 기사보다 더 빨리 더 품질 높은 정보보고서를 외무성 본부에 보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었다. 주한일본 특파원들 때문에 주한일본 대사관이 잠 못 들고 있었던 것이다.

특파원과 외교관이 피 튀기게 경쟁하는 나라와 사이좋게 공생하는 나라가 있을 때 어느 나라가 국익을 좌우하는 판단을 잘 내릴까? 언론이 정부 논리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정부의 판단이 잘못됐을 때 이를 공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기자와 외교관이 각자의 취재원과 정보망으로 따로 따로 현장을 확인하고 서로 다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정부도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동티모르에서 응용포복으로 기던 일본 기자와 노무현탄핵 당시 서울에서 밤을 새우던 일본 외교관들이 일본 특파원으로 일하는 지금 자꾸 생각난다. 최근 사할린에서 테헤란에서 일본 기자들이 구속되는 장면을 보니 더하다. 언론이 집요해야 외교관들이 긴장한다. 국내에서 보여주는 한국 언론의 집요한 근성은 국경 밖에서도 계속돼야 한다. 언론과 외교관은 국익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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