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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국민연금 240조 증발’…확인되지 않은 숫자가 키우는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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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10.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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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되지 않은 손실액에 ‘청년 수급 불가’ 주장
기금 소진과 지급 중단 달라…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운용 판단 설명하되, 과장된 불신 확산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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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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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이세미 기자
'국민연금 240조원 증발'이라는 주장에 기금 고갈이 10년 빨라지고, 청년은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노후 불안을 자극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식 손실 집계나 재정추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숫자가 크고 주장이 단정적일수록 검증은 더 엄격해야 합니다.

지난 15일 증시 급락 이후 온라인에 퍼진 국민연금 관련 주장은 실제 있었던 정책 결정에서 출발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1월 국내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 비중을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습니다.

이어 5월에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였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실제 보유 비중을 반영해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매매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금위는 이때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줄이는 등 운용 규칙도 함께 정비했습니다. 유예 조치는 6월 말 종료됐고, 7월 1일부터 리밸런싱이 재개됐습니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자산배분 조정을 미룬 조치를 두고 정부가 주식 매도를 전면 금지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목표비중 상향이 곧 그만큼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다는 뜻도 아닙니다.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연금이 외국인의 탈출을 돕기 위해 동원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손실 규모 역시 비교 시점과 평가 기준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7월 한 달 기금 적립금 감소액은 약 181조원이고, 공단이 공개한 올해 1~7월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잠정)였습니다. 7월 자산평가액이 크게 줄었어도 연초 이후 누적 수익은 남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고갈 시점 역시 주가 하락폭만으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글이 기준으로 삼은 2055년은 연금개혁 전의 추계입니다. 보험료 수입과 연금 지급액, 인구구조와 경제 여건, 장기간의 투자수익률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실제 공단이 안내하는 재정 전망도 보험료율·소득대체율과 수익률 가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갈이 10년 빨라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한 것이죠.

결국 기금 소진을 연금 지급 중단으로 받아들이는건 경계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물론 국민연금 운용을 둘러싼 책임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 상승기에 국내주식 집중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었는지, 목표비중을 높인 판단이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에 맞았는지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불신의 공포가 커지면 정작 어느 결정에 문제가 있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따지는 논의가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국민의 노후를 다루는 이야기일수록, 확인되지 않은 숫자 앞에서는 잠시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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