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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반도체 심장’ 용인 클러스터 ‘속도전’…공정 가속으로 “착공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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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10. 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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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4년 6개월→1년 9개월…보상·설계도 병행해 사업 기간 단축
777만㎡ 부지에 팹 6기·전력 9GW 이상…초대형 생산 거점 조성
패스트 트래킹·크래싱 결합…LH “10월 1공구 착공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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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예정지 전경. 산자락에는 벌목이 시작돼 맨땅이 드러났고, 아래쪽으로 국도 45호선과 누렇게 익은 농지, 비닐하우스, 마을이 보인다./김다빈 기자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 12층. 창밖으로 벌목을 마친 산자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논밭과 야산, 축사가 뒤섞여 있던 땅 곳곳에는 나무가 베여 나간 자리가 흙빛으로 드러나 있었다. 아직 건물 한 채 올라가지 않았지만, 이곳이 국내 반도체 지형을 바꿀 거대한 생산기지의 출발선이라는 사실은 현장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공개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현장은 '반도체 굴기'의 승부처가 기술과 투자 규모를 넘어 '얼마나 빨리 터를 닦느냐'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반도체 공급 경쟁이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부지 조성이 하루 늦어지면 팹 가동 시점도 그만큼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와 LH, 시공사가 통상의 절차와 공법까지 바꿔가며 일정 단축에 매달리는 이유다.

김성걸 LH 용인사업본부 팀장은 "현재 TSMC 등과 국내 반도체는 소리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래서 정부가 메가프로젝트로 속도전과 거점전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산단 조성 사업은 2023년 3월 후보지 발표 이후 인허가부터 보상, 설계·발주까지 전 단계에 '선후 절차 병행' 방식이 적용됐다. 정부가 지난 6월 29일 국민보고회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로 반도체를 꼽고 수도권 생산 거점 조기 완성을 내세운 만큼, 용인은 그 첫 시험대다.

속도전의 성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4월 산업단지 계획 승인을 신청한 뒤 8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승인을 받았다. 통상 4년 6개월이 걸리는 인허가 기간을 1년 9개월로 줄였다. 보상 역시 2025년 6월 계획 공고 이후 6개월 만에 협의 보상에 착수해 통상 3년 4개월인 기간을 1년 9개월로 앞당겼다. 사유지 토지 보상은 재결 신청분을 포함해 99%까지 진행됐다.

인허가 승인 전부터 기본설계에 먼저 착수하고 시공 책임형 CM 방식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면서 설계에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도 통상 1년 9개월에서 약 11개월로 단축했다. 이를 토대로 이달 착공에 들어간다.

지광석 LH 용인사업본부 설계·공사 담당 팀장은 "조기화, 병행화, 가속화라는 개념으로 단계별 일정을 줄여가고 있다"며 "팹 1호기를 조기에 가동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만큼 발전소 등 유틸리티를 포함해 기업이 먼저 필요로 하는 구간을 우선 추진구역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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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걸 LH 용인사업본부 팀장이 30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에게 산단 계획도와 조감도를 보여주며 추진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김다빈 기자
관건은 현장이다. 사업 면적은 약 777만㎡(235만 평)로 판교신도시 수준이다. 3864필지에 가옥 401동과 공장 89곳, 축사 10곳, 송전철탑 14기가 흩어져 있고 주민 231가구의 이주도 필요하다.

반도체 팹은 대규모 평탄 부지가 필요한 만큼 1공구에서만 5000만 톤, 여의도 면적의 6배에 이르는 규모의 토석을 발파해야 한다. 덤프트럭으로 환산하면 200만 대 분량이다. 산단 가운데를 지나는 국도 45호선도 확장·이전해야 하고, 맞은편 400m 높이의 산도 깎아 부지를 조성해야 한다.

윤기종 LH 용인사업본부 보상판매팀장은 "보상 지연은 공사 지연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푸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원주민은 "10월 공사 시작이 빠르다는 게 느껴지고, 살아온 곳이 반도체 중심지가 된다고 하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이에 LH가 꺼낸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보상·인허가·설계 전담 인력을 30명에서 53명으로 늘렸다. 이어 기업이 먼저 필요로 하는 구간을 '우선 추진 구역'으로 묶어 자원을 집중했다. 첫 가동이 예정된 삼성전자 팹 2기 부지와 한국전력 변전소, 팹 1호기 가동에 필요한 초기 전력 1GW를 공급할 발전소, 폐수처리시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은 국내 공공기관 토목 분야 기술형 입찰에 처음 도입한 '공정가속 기법'이다. 선행 작업이 끝나기 전에 후속 작업을 시작하는 '패스트 트래킹'과 인력·장비를 추가 투입하는 '크래싱'을 결합한 방식이다.

1공구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13개소 동시 발파와 토석 운반·성토, 동시 시공을 골자로 한 가속 계획을 제출했다. 주 52시간 근무 아래 주야 2교대를 적용하고 인력과 장비를 218% 추가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지 팀장은 "발파는 4단계로 나눠 진행하는데, 국내에서 가장 빠른 SK 사례보다 2~3배 빠른 속도를 목표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닦은 터에는 삼성전자를 축으로 한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산단에는 기업 수요에 맞춰 팹 6기가 배치된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왼쪽에 2기, 오른쪽에 4기가 들어서며 전체 부지는 가로 약 4㎞, 세로 약 2㎞ 규모다.

발전소는 초기에는 LNG로 가동하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터빈을 개발 중이며, 전력 9GW 이상과 하루 76만4000톤의 용수를 공급하는 '자족형' 인프라도 갖춘다. 정부 목표는 2028년 팹 착공으로 통상 대비 절반으로 앞당긴 일정이며, 기업은 2027년까지 추가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용인 산단은 이날 오후 기자단이 찾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게 LH와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2017년 P1 라인이 가동을 시작한 평택은 준공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 이후 P2~P4까지 확장됐지만, LH 측은 용인이 평택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훈 LH 사장도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신속한 생산 거점 구축"이라며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용인 국가산단에 들어설 6개 팹의 가동 시기를 당초보다 7년 앞당겨 2040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팹 1호기의 조속한 조성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공구 조성 공사 사업자를 당초 계획보다 2개월 빨리 선정해 10월 착공이 가능해졌다"며 "사업자 선정 때 공정 가속화 방안을 중점 평가한 만큼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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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1공구 조감도./LH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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