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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11억 전세 앞에 선 부동산 ‘평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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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6. 09. 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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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는 개선된다는데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던진 질문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언제나 국민은 옳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민생 개선에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스스로 향후 국정 평가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은 국민이 정책 변화를 직접 체감하는 분야 중 하나다.

회견 사흘 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1억원에 신규 전세계약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월 둘째 주까지 7.79% 올랐다. 성북구는 12.84% 뛰었다. 이제 강남이나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강남권 집값은 내려가고 외곽 지역은 오르는 흐름을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라며 "수도권 집중과 공급 부족, 과거 대출 확대와 부동산 불패 신화 등을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했다.

근거가 없는 진단은 아니다. 9월 둘째 주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0.36%, 0.26% 떨어지며 6주 연속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지역이 오르며 지역 간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지역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간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 자체는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매매가격의 '평탄화'가 곧바로 주거비 부담 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 집값이 자산 가격이라면 전·월세를 사는 사람에게 보증금과 월세는 당장 마련해야 할 돈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중 갱신계약 비중은 올해 51.1%로 절반을 넘어섰고 전세 매물은 1년 새 13.3% 줄었다. 비싼 신규 전셋집 대신 기존 집에 머무르려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공급의 시간차다. 새 주택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에게 몇 년 뒤의 공급보다 그 사이의 주거비가 더 급하다.

이 대통령도 이런 시차를 인정하며 "택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 등 공급을 최대한 서두르고 총리실이 매일, 일주일마다 진척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표현의 해석보다 결과다. 강남 집값이 내려와도 살던 동네 전세보증금이 수억원씩 오른다면 무주택자가 느끼는 현실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내 삶은 왜 더 나빠지는가"라고 물었다. 그 답은 통계표보다 국민이 받아드는 전세계약서에서 먼저 확인될 것이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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