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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확산되는 ‘공정위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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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09. 0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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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YONHAP NO-3979>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설탕과 밀가루, 전분·전분당에 이어 이번에는 장류다. 식품업계를 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중 조사에 업계에서는 "다음은 어디냐"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올해 식품업계가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 규모만 봐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설탕 담합 사건에는 4083억원, 밀가루 담합 사건에는 67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전분·전분당 관련 사건에서도 747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결정됐다.

특히 조사와 제재의 방식이 이례적이다. 전분·전분당 관련 사안의 경우 하나의 시장에서 발생한 행위를 최대 6개 사건으로 나눠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담합 사건에서 활용되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도 설탕, 밀가루 조사에서 일부 기업들이 적극 협조했음에도 이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대상을 바꾸면서 조사가 이어지는 것도 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해부터 설탕·밀가루 같은 기초 식품원료에서 전분·전분당, 장류 등 가공식품으로 대상이 넓어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유사한 업종이라면 언제든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식품업계 전반이 공정위의 현미경 아래 놓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의 칼끝은 식품업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쿠팡 등 대형 유통 플랫폼까지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제조와 유통을 가리지 않고 시장지배력과 거래 관행 등을 들여다보는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됐다면 엄정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민생물가를 안정시키고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에도 이견이 없다.

다만 처분의 파급력은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수천억원대 과징금은 기업의 실적과 재무구조, 주주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복잡한 거래 구조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식품산업 특성상 작은 컴플라이언스(준법) 실패 하나가 예상보다 큰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조사 건수를 늘리기보다 사건 조사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공정위가 '열심히 일한다'는 평가를 넘어 '무서운 기관'이라는 인식으로 굳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 위반 행위를 엄정하게 적발하는 것과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정도로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식품업계에서 시작된 '공정위 포비아'가 유통업계로까지 번지는 지금, 공정위가 시장 감시의 강도를 높이는 만큼 조사의 예측 가능성과 기준, 처분의 비례성 역시 함께 높여야 한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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