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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력없는 지침믿고 수백兆 투자?… ‘노봉법 변수’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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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8. 3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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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커지는 메가 프로젝트
공장 증설 이어 인력배치 교섭 대상
美·日 경영판단과 교섭 영역 구분
경총 "경쟁력 직결… 기준 필요해"
정부 주도로 서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발목을 잡을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 공장 건설과 증설은 물론 이에 따른 인력 배치까지 노사 교섭과 쟁의의 영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정부가 노동쟁의 범위를 시행지침으로 보완하기로 했지만 산업계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만으로 수백조원 규모 투자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신규 생산시설 인력 배치 문제를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나서면서 경영계의 문제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규 투자와 통상적인 인력 배치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될 경우 기업의 지방 투자와 신속한 인력 운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쟁의 범위를 둘러싼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보완지침을 노사 단체에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시행령이 고려됐으나, 고용노동부는 시행령보다 시행지침이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보완안에는 기업 투자와 공장 증설, '영업이익 N%' 형태의 성과급 요구 등에 대한 노동쟁의 대상 판단 기준과 사례가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제계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만으로는 분쟁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신규 생산거점 구축과 숙련인력 이동이 맞물려 있어 인력 배치 문제가 투자 실행과 직결된다.

기존 사업장에서 공정과 장비 운용 경험을 쌓은 인력을 투입해 초기 수율을 안정화해야 하는 만큼, 인력 배치를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하면 생산라인 가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에서는 이 문제가 이미 노사 현안으로 떠올랐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한 인력 배치 문제를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합원 설문에서 84%가 프로젝트에 반대했다며 근무지와 처우 변화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쟁의 범위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했다. 현행 해석지침은 구체적인 사례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이에 따른 배치전환 등을 제시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런 상황에서 통상적 인력 배치까지 노동쟁의 영역으로 확대할 경우 중복 규제와 노사관계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신규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를 구조조정 과정의 배치전환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를 교섭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법령 개선이 필요하는 주장이 나온다. 정리해고나 사업조직 축소는 기존 고용관계를 축소·재편하는 과정이지만, 신규 공장에 숙련인력을 보내는 것은 사업 확대를 위한 인력 운용이기 때문이다.

배치전환 자체를 통제할 기존 법적 장치도 있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전보·전직은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정당성을 판단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신규 공장 설립 등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I·반도체 경쟁에서 숙련인력을 얼마나 신속하고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경영상 결정과 그 결정이 근로자의 고용·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해 다루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경영 판단과 근로조건 교섭 영역을 구분하고, 영국과 독일도 사업 결정과 그에 따른 근로자 보호 절차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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