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이하 '소매형' 여신 프로세스 신설
심사절차 간소·표준화로 효율성 제고
은행권 우량기업 모시기 차별화 전략
대기업 대출 쏠림완화·고객접근성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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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개인·소상공인 등 리테일 금융에 강점을 보여왔던 만큼, 리테일과 기업금융의 경계에 있는 시장을 공략해 차별화된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소규모 법인은 전체 법인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고객 저변이 넓지만, 수익성에 비해 심사·관리 비용이 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어려웠던 시장이다.
국민은행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소규모 법인을 별도 '소매형 법인'으로 분류하고, 이들 법인을 대상으로 비대면 대출과 간소화된 신용평가·심사체계를 구축한다. 기업고객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반복적인 심사·관리 업무를 줄여 수익성이 높은 영업에 집중할 여력을 확보함으로써 기업금융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내부적으로 소매형 법인 기준을 신설하고 이들 법인을 대상으로 한 여신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새 기준에 따라 총자산이 10억원 미만이면서 국민은행에서 빌린 대출이 10억원 이하인 법인은 소매형 법인으로 분류된다. 주로 영세·소규모 법인사업자나 창업 초기 기업 등이 이 기준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이번 사업을 통해 내년 하반기까지 소규모 법인에 대한 여신 심사 절차를 간소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법인 고객은 연 1회 정기 기업신용평가를 거치고 영업점을 방문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새 프로세스가 갖춰지면 소매형 법인은 정기평가 대신 대출 취급 때마다 간소화된 신용평가를 적용받는다. 신용평가에 필요한 제출 서류도 대폭 줄어 대출 심사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신규 대출 신청과 승인, 기존 대출의 기한 연장 등 대출 업무를 비대면으로 구현하는 것도 목표다. 그동안 국민은행의 비대면 기업대출은 개인사업자에 한정돼 있었지만,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일부 소규모 법인도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기업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법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선 보증서담보대출부터 시작해 향후 순차적으로 비대면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소규모 법인으로 눈을 돌린 것은 기업대출 성장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00조669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6조6112억원 늘며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상반기 증가액을 보면 대기업(3조9417억원)이 중소기업(2조6743억원)을 1조원 넘게 웃돌면서 대기업 중심 성장세가 한층 심화됐다. 우량기업을 잡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중소기업 고객층을 두텁게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
소규모 법인 시장의 잠재력도 상당하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법인세 신고법인 108만6503개 가운데 자산 규모가 10억원 이하인 법인은 67만1693개로 전체의 61.8%를 차지했다. 다만 건당 여신 규모가 작은 데 비해 일반 기업과 유사한 심사·관리 절차가 필요했던 만큼 은행으로서는 적극적인 영업에 한계가 있었다. 개별 차주의 신용위험을 일일이 점검해야 하는 데다 고객이 늘어날수록 영업점·RM의 업무도 함께 증가해 수익성 대비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은행은 소규모 법인을 별도 소매형 법인으로 분류하고 심사체계를 표준화한다는 구상이다. 리스크 관리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개별 기업을 일일이 심사·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사한 특성을 가진 차주를 하나의 자산군으로 묶는 방식을 통해 효율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업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소매형 법인의 평가·심사 절차가 간소화되면 직원의 반복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그만큼 신규 거래처 발굴이나 우량기업 관리처럼 수익성이 높은 영업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으로서는 한정된 영업 인력으로 더 많은 소규모 법인을 관리하며 기업금융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 채널의 법인 영역 확장 기반을 마련해 대면심사 의존도를 축소하고, 고객 접근성과 채널 확장성을 제고할 방침"이라며 "우선 규모가 작은 법인부터 (프로세스를) 적용한 뒤 운영 성과를 토대로 적용 범위와 서비스를 점차 확대·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