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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추억만으로 스타디움을 채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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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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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하루하루'가 시작되자 고양종합운동장은 거대한 떼창으로 바뀌었다. 데뷔 20년을 맞은 그룹 빅뱅은 지난달 21~23일 '빅뱅 2026-2027 월드투어 'XX : 코스모스' 인 고양'으로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8년 8개월 만에 열린 빅뱅의 국내 콘서트에는 오랫동안 팀을 지켜본 팬부터 새롭게 유입된 팬, 해외 팬까지 모였다. 지난 20년 동안 쌓인 음악과 팬덤의 힘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오래 활동한 가수에게 대표곡은 가장 강한 자산이다. 몇 소절만으로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는 긴 시간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다. 긴 공백 뒤에도 수만 명을 다시 공연장으로 불러낸 힘 역시 '거짓말'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처럼 세대를 건너 사랑받은 노래에서 나왔다.

추억은 분명 스타디움을 채우는 강한 힘이다. 오랜 시간 함께한 노래를 다시 듣고 그 시절의 기억을 나누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팬도 많다. 하지만 추억만으로 스타디움을 계속 채울 수는 없다. 장수 그룹이 과거의 이름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현재의 모습 역시 팀의 역사 안에 계속 쌓여야 한다.

빅뱅은 이번 공연에서 그 과정을 보여줬다. 지드래곤·태양·대성은 각자의 솔로 무대를 펼쳤고 세 사람은 신곡 '빅(BiiiG)'을 함께 선보였다. 다섯 명이 불렀던 과거의 히트곡 사이에 현재의 음악을 놓으면서 20년 전의 빅뱅을 재현하기보다 지금 세 사람이 만들 수 있는 빅뱅을 보여줬다.

장수 그룹에게 변화는 피하기 어려운 일이다. 멤버 구성도 달라질 수 있고 음악과 무대를 만드는 방식도 변한다. 팬이 기억하는 모습과 현재의 모습 사이에도 차이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감추거나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 아닌 달라진 모습까지 팀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대표곡의 역할도 달라진다. 과거의 노래는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팬에게는 팀의 역사를 처음 만나는 출발이 되고 오래된 팬에게는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을 확인하는 매개가 된다.

다만 세대를 잇는 힘은 과거의 유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같은 대표곡도 팬마다 쌓아온 시간과 기억은 다르다. 그 서로 다른 기억이 현재의 무대에서 다시 연결될 때 장수 그룹의 음악은 새로운 세대와도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장수 그룹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를 지우는 변화도,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는 일도 아니다. 자신들이 쌓아온 시간을 품은 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해석하는 일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팀의 역사도 한 시절의 기억에 머물지 않는다.

추억은 관객을 다시 공연장으로 불러오는 힘이다. 하지만 장수 그룹이 계속 스타디움에 설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추억이 오늘과 연결돼 있다는 믿음이다. 오래된 팀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과거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그 시간을 얼마나 현재형으로 만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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