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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공동체의 축제가 된 ‘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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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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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존자의 효행서 유래...한국불교 명맥 잇게 해
생명력 이어가는 백중...'사람의 온기' 배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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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 태고종 청련사에 차려진 백중 재단. 백중은 효(孝)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와 결부돼 한국불교의 중요 명절이 됐다./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의눈
불교의 대표 명절이라면 '부처님오신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불교에선 부처님오신날 다음가는 명절이라고 하면 우란분절이라고도 불리는 '백중(百中)'을 들 수 있다.

백중은 음력 7월 15일로, 스님들이 여름철 석 달 동안 한곳에 머물러 수행하는 하안거(夏安居)가 끝나는 해제일에 해당한다.

이날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하나인 목련존자의 일화에서 유래됐다. 목련존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의 악행으로 인해서 지옥에서 고통받는 것을 알고, 부모님의 천도를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하안거(夏安居) 해제일에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다. 이로 인해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백중은 돌아가신 가족의 명복(冥福)을 비는 이들의 염원에 의해 이어졌고, 부처님오신날·출가절·성도절·열반절과 함께 불교 5대 명절 중 하나가 된다. 중국에선 양나라 무제 때 동태사(東泰寺)에서 처음으로 우란분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불교에서 있어서 백중은 불교의 명맥을 잇게 한 소중한 명절이다. '낳아준 부모도 버린다'는 비난을 반박하고 효(孝)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숭유억불의 조선시대 불교가 버틸 수 있는 명분이 됐다. 조상의 넋을 달래고 좋은 곳으로 태어나도록 자식 된 도리를 다하겠다는데 어떤 유생이 쉽게 막을 수 있었을까. 왕실부터가 천도재에 진심이었다. 또한 가문의 명예를 높이는 수단으로 제사를 중시한 조선 사대부 입장에서도 화려하고 규모가 큰 불교 의례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을 다룬 동국세시기(1840년)에는 "윤달이 되면 한양의 부녀자들이 봉은사로 몰려와 불단에 돈을 놓고 불공을 드렸다"고 기록했을 정도다.

백중은 현재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양의 부녀자는 현 봉은사 신도가 됐고, 백중 기도에 이어 올해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봉은사 생전예수재는 국가무형유산이 됐다. 백중 기도와 생전예수재 등은 여전히 전국 사찰에서 매년 행해지고 있다.

기복 불교라는 비판 속에서도 백중 기도가 오늘날까지 성행하는 이유는 신행 참가자가 얻는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비(慈悲')다. 기도로 모은 성금으로 소외이웃을 도우면 내 가족만을 위한 축제가 아닌 공동체를 위한 축제가 된다. 모든 생명이 상호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 아닌가. 스님들이 자비의 공덕(功德)을 짓는 것이 죽은 이에게 대접하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AI(인공지능)가 발전하면서 종교인 대신 AI에게 상담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죽은 이와 산 사람을 잇고 양측의 한(恨)을 푸는 건 종교가 앞설 수밖에 없다. 천도재를 오래 집전했던 스님은 하나 같이 사람을 위로하는 것은 '지식'이 아닌 '사람의 온기'였다고 말한다. 재를 지내는 이와 참여자의 정성. 그 온기가 한을 녹인다는 것이다. 백중은 결국 죽은 사람을 통해 산 사람이 '사람의 온기'를 배우는 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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