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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양산 법기리 벌목지에 결국 수방시설…사전 안전검토 부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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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8. 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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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검토서 마사토 지형·벌목 따른 토사량 증가 확인
토사측구·깊이 4m 침사지 조성, 공사비 최대 4000만원 추산
법적 평가 대상 아니라 사전 검증 생략, 주민 민원 뒤늦게 용역
법기리 1
양산시 동면 법기리 송전선로 아래 방화선 조성 구간의 수목이 대거 제거돼 급경사 사면과 대형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한전은 벌목에 따른 토사 유출량 증가가 확인되자 토사측구와 침사지 등 수방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이철우 기자
법기리 산지 조감도
양산시 동면 법기리 송전선로 선하부지의 벌채 구간과 인근 민원지역을 표시한 위치도./이철우 기자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 송전선로 주변의 대규모 벌목으로 산사태와 토사 유출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그동안 "위험지역이 아니어서 별도 대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온 한국전력공사가 결국 토사측구와 침사지 등 수방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본지 5월20일 보도)

특히 이번 용역에서 벌목으로 토사 유출량이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현장 위험성을 줄곧 부인해 온 한국전력 북부산전력지사의 초기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법적 재해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사 전 별도의 평가를 하지 않은 채 벌목부터 진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28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 북부산전력지사는 최근 양산시 동면 법기리 송전선로 선하부지 벌목 현장에 대한 재해 예방 검토 용역을 마치고 토사측구와 침사지를 설치하는 내용의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강동한 한전 북부산전력지사 관계자는 "산사태 위험등급이 높은 지역은 아니며, 지형과 물길을 분석한 결과 민원인 주택과 농가 방향으로 수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존 수목이 제거됐고 현장이 마사토 또는 준마사토 지형이어서 토사량은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토사가 아래쪽으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토사측구를 내고 계곡부에 침사지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용역 결과에 따라 한전은 인도 인근에서 철탑 전면을 지나 반대편 하천 방향으로 토사측구를 개설하고, 계곡부에는 토사를 가둔 뒤 물만 배출하는 침사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침사지 토사 저류부는 약 11m 규모, 깊이는 약 4m로 검토되고 있다. 현장에는 톤마대 등 추가적인 토사 유출 방지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한전은 해당 시설 설치비가 약 3000만~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재해 예방 검토 용역에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약 2000만원이 투입됐다. 당초 약 3000만원이던 벌목 공사비와 맞먹거나 이를 웃도는 비용이 사후 안전대책에 추가로 들어가는 셈이다.

다만 수방시설 일부가 기존 허가 사업부지를 벗어나 조성되는 탓에 양산시로부터 별도의 산지 관련 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전은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이르면 9월 말께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번 용역에서는 하천재해와 내수재해, 사면재해, 토사재해, 바람재해, 해안재해, 저수지·기타 시설물 재해 등이 종합 검토됐다. 이 가운데 내수와 바람, 해안 등의 영향은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토사재해 부문에서는 벌목에 따른 토사량 증가 가능성이 확인됐다.

한전은 "현장 물길이 민가 방향이 아닌 대각선 반대 방향으로 형성돼 있어 주민 피해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토사측구와 침사지 설치도 직접적인 위험 때문이라기보다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반면 주민들은 추가적인 수방시설 설치가 결정된 만큼 시설 규모와 배수 능력 등이 실제 현장 여건에 적합한지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된 공사는 한전 북부산전력지사가 양산시 동면 법기리 132-28·29번지 일원에서 시행한 송전선로 선하부지 방화선 설치 및 진입로 확보 사업이다. 사업 면적은 5341㎡이며 길이 220m, 폭 22m 규모다.

공사 과정에서 수십 년에서 많게는 100년 이상 된 대형 수목이 대거 제거되면서 급경사 산사면과 마사토층, 대형 암반이 그대로 노출됐다. 산 아래에는 농가와 사찰, 과수원이 자리하고 있어 주민들은 집중호우 때 토사와 낙석이 생활권을 덮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본지 현장 취재에서도 일부 구간에서 토사가 유실돼 나무뿌리가 드러나고 급경사면 아래 대형 암반이 위태롭게 걸쳐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한전은 그동안 "뿌리를 제거하지 않은 단순 벌목이고 산사태 위험지역도 아니어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사 전 재해 위험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도 드러났다.

김윤소 양산시 도시계획과 주무관은 "해당 벌목사업은 법령상 재해영향평가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최초 허가 단계에서는 평가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주민 민원이 제기된 이후 행정기관이 임의로 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한전에 법정 평가에 준하는 수준의 검토를 받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전은 주민 민원 이후 별도의 재해 예방 검토 용역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토사측구와 침사지 등 추가 시설 설치를 결정했다.

주민들은 추가 시설 설치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집중호우에 대비한 배수용량 검증과 낙석 방지 대책, 정기적인 사면 안전점검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토목 전문가 역시 수방시설 설치와 함께 지속적인 현장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윤재 토목 전문가는 "마사토 기반의 급경사 사면에서는 수목 뿌리가 토양을 결속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형 수목을 한꺼번에 제거하면 표면 침식과 토사 유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침사지와 배수시설이 실제 지형과 예상 강우량에 맞게 설계됐는지, 대형 암반과 노출 사면에 대한 구조적 보강이 필요한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을 설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집중호우 전후 퇴적 토사 제거와 배수로 점검, 사면 변위 관찰 등 지속적인 유지·관리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이 재해 예방 검토 결과를 토대로 수방시설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앞으로는 침사지와 토사측구가 현장의 토사 유출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와 집중호우 등에 대비한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가 주요 과제로 남게 됐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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