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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았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해도 국내 판매가격에는 상한이 적용됐고 수출보다 국내 공급을 우선해야 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로 발생한 정당한 손실을 보전한다는 방침이지만 손실 산정과 정산, 실제 정산금 지급을 두고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담합 의혹이 불거진 뒤 정유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2024년부터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미국·이란 전쟁 이후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맞췄다고 판단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이들 가격을 추종해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검찰은 전량구매계약 등 혐의까지 적용해 정유 4사 법인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
여기에 한 정유사 직원들의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의 사적 대화가 공개되면서 '전쟁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됐다.
표현은 부적절했고 비판받을 만하다. 하지만 직원들의 사내 대화와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별개의 문제다. 공개된 대화는 경쟁사끼리 가격을 합의한 대화가 아니다. 직원들의 인식을 보여줄 수 있는 정황은 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경쟁 사업자 간 가격 합의를 증명하진 않는다.
지난 20일 첫 공판에서 정유사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전량구매계약 문제로 기소된 SK에너지 등도 무죄를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공정위 조사와 시정조치를 거쳐 계약 관행을 정비해왔는데 10여년이 지나 다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물론 실제 계약 운영 과정에서 주유소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는지는 재판에서 가려져야 한다.
정유업계가 담합이라는 이름으로 법정에 선 것도 처음은 아니다. 공정위는 2011년 정유 4사가 다른 회사의 기존 주유소를 서로 유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이른바 '원적지 담합'으로 4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에도 자진신고가 있었지만 소송에 나선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은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정유사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5년 전 사건이 이번 재판의 결론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소비자의 부담을 키웠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 에너지 안보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담합의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
다만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담합 혐의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적 위기 때 정유사들이 수행해온 역할까지 지워져서는 안 된다. 호르무즈가 흔들릴 때 국내 공급을 맡길 곳도, 국제유가가 치솟을 때 수출을 줄이고 국내에 물량을 풀어달라고 요구할 곳도 정유사다. 최고가격제로 기업의 부담을 요구했다면 손실 정산과 정산금 지급을 명확히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잘못이 확인되면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러나 위기 때 '에너지 안보의 버팀목'을 요구하며 자극적인 사내 대화 몇 마디를 앞세워 '폭리 기업'으로만 규정하는 것도 공정한 평가는 아니다. 책임을 물을 것은 묻되, 기여한 것은 기여한 대로 평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