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에 연 2만대 대응 준비 요청
마이바흐 연간 판매량 맞먹는 생산 규모
美 성장·법인 수요 기반 최상위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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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안팎의 가격이 예상되는 초고가 전기 SUV인 만큼, 현대차그룹이 GV90의 상품성과 글로벌 시장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인 생산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GV90의 승부는 단순한 신차 흥행을 넘어선다. 연간 2만대가 실제 판매로 이어질 경우 제네시스는 판매량 확대를 넘어 메르세데스-마이바흐와 벤틀리 등이 경쟁하는 글로벌 최상위 럭셔리 시장에서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반대로 고가 전기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 확보에 실패할 경우 대규모 투자와 생산능력을 둘러싼 부담도 커질 수 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주요 협력업체에 제네시스 GV90의 연간 생산 물량을 2만대 수준으로 제시하고, 이에 맞춰 부품 공급과 생산 대응 체제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GV90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6공장)이 9월께 본격 가동을 앞두면서 완성차 생산라인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본격적인 양산체제 구축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도 GV90 개발부터 양산 준비까지 직접 챙기며 힘을 싣고 있다. 지난 5월 말 울산 EV 전용공장을 찾아 설비 구축과 양산 준비 상황을 점검한 데 이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V90 월드 프리미어에도 참석했다.
정 회장은 당시 개발 과정을 두고 "풀지 못한 난제도 많았고 처음 시도하는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이걸 해서 우리가 이뤄내야 또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GV90을 단순히 제네시스의 신차 한 대가 아니라 브랜드의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전략 모델로 규정한 셈이다. 정 회장이 강조한 '한 단계 도약'의 의지가 연간 2만대 생산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V90은 현대차가 약 2조원을 투입한 울산 EV 전용공장에서 생산된다. 제네시스 최초의 초대형 플래그십 전기 SUV로, 기존 SUV 라인업 최상위 모델인 GV80보다 한 단계 높은 시장을 겨냥한다.
가격은 2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주요 경쟁 상대도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반 대형 SUV가 아니라 메르세데스-마이바흐와 벤틀리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최상위 SUV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연간 2만대 생산을 준비하는 배경에도 이런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GV90을 단순한 판매 확대 모델이 아니라 제네시스 전체의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전략 모델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연 2만대는 결코 가벼운 목표가 아니다. 연간 생산 물량 2만대를 모두 판매한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월평균 약 1667대를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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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초고가 럭셔리 시장과 비교해도 2만대는 적지 않은 규모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글로벌 판매량은 2023년 2만7911대에서 2024년 2만1302대, 지난해 2만33대로 감소했다. 단일 모델인 GV90의 연간 생산 목표가 마이바흐 브랜드 전체의 연간 판매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와 벤틀리 벤테이가는 각각 399대와 160대에 그쳤다. GV90의 연 2만대 목표를 현실화하려면 북미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대규모 판매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런 점에서 제네시스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성장세는 긍정적인 신호다. 제네시스는 2016년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올해 7월까지 누적 45만404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간 판매 8만대를 넘어 8만2331대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3만9088대를 판매하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GV90이 노릴 수 있는 또 다른 시장은 '법인·비즈니스' 수요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 수입 승용차 30만7377대 가운데 법인 구매는 11만98대로 전체의 35.8%를 차지했다. 대형 럭셔리 세단과 SUV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용 차량, 의전 수요가 뒷받침되는 시장이다.
GV90이 기존 G90이 확보해온 최고급 비즈니스 수요를 전동화 SUV로 확장하고, 수입 대형 럭셔리 SUV 고객까지 끌어올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결국 연간 2만대 생산체제의 성패는 '누가 GV90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달려 있다. 북미 등 핵심 럭셔리 시장에서 개인 고객을 확보하는 동시에 법인과 의전 수요까지 흡수해야 연 2만대라는 목표가 현실화될 수 있다.
GV90이 기존 G90과 GV80보다 높은 가격과 상품성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효과는 판매 대수에 그치지 않는다. 제네시스 전체의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향후 출시될 고급 전동화 모델의 시장 진입 기반까지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제네시스가 최상위 럭셔리 시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시험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업계 다수 관계자는 "플래그십 모델은 절대적인 판매량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와 가격대를 끌어올리는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GV90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확보할 경우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넘어 최상위 럭셔리 시장으로 진입했다는 상징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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