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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日보다 잘사는 韓, ‘반일 죽창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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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24.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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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최종
최영재 도쿄 특파원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액은 4967억 달러다. 일본은 60조6581억엔. 일본 재무성이 집계한 같은 기간 달러·엔 평균환율인 달러당 158.24엔으로 환산하면 3833억 달러다. 한국이 일본보다 1134억 달러, 무려 29.6% 더 많이 수출했다. 인구를 생각하면 더 놀랍다. 일본은 1억2000만명이 넘고 한국은 5100만명 남짓이다. 인구가 한국의 2배가 넘는 일본이 이제 수출액에서는 한국에 뒤진다.

명목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앞선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전망에서 한국의 명목 1인당 GDP는 3만7410달러, 일본은 3만5700달러다. 한국이 약 1710달러 많다. 동아시아에서는 대만이 4만2100달러로 한국보다 앞선다.

한 세대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들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일본을 이겼다는 자랑이 아니다. 이 숫자들이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오래된 전제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30~40년 전 일본은 한국인이 올려다보던 경제대국이었다. 한국 기업은 일본 기술을 배우고 일본의 소재와 부품을 가져다 제품을 만들었다. 도쿄의 모습에서 서울의 미래를 찾았다. 그 시절 한국인의 대일 감정에는 식민지배의 상처뿐 아니라 거대한 경제력 격차가 함께 존재했다. 역사적 피해의식과 경제적 열등감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한국은 그때의 한국이 아니다. 그런데 정치의 언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조국 전 청와대민정수석이 들고 나왔던 반일 '죽창가'가 대표적이다. 구한말 동학농민군의 죽창을 21세기 한일 경제갈등에 소환한 것이다. 일본과 충돌하면 친일과 반일의 편부터 가르는 정치다. 이런 죽창가식 반일 정치가 과연 지금의 한국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

물론 경제력이 커졌다고 역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역사적 사실이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도 지워지지 않는다. 일본 정치인이 역사를 왜곡하면 한국은 분명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일본을 영원한 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구나 경제적 현실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은 더 이상 일본을 경제적으로 올려다보는 나라가 아니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배터리에서 세계시장을 놓고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문화에서는 K팝과 드라마가 일본 젊은이들의 일상이 됐다. 지금의 20·30대가 만나는 일본은 부모 세대가 알던 일본과도 다르다. 여행하고, 공부하고, 문화를 소비하고, 직장에서 만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들에게까지 과거의 정치언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일본의 처지도 달라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바라보는 동북아 지도를 펼쳐보자. 중국과는 대만과 동중국해를 둘러싸고 최악의 외교관계다. 러시아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으로 외교적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끊임없이 핵탄두 장착 가능 탄도미사일을 일본의 영토 주변으로 발사하고 있다. 중국·러시아·북한이라는 적국을 동시에 안고 있는 일본 바로 옆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고, 세계적인 제조업과 상당한 국방력을 가진 한국이 있다.

그래서 오늘의 일본에게 한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웃이다. 한국도 일본이 필요하다. 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한국 혼자 감당할 수 없다. 반도체와 첨단기술, 에너지, 경제안보에서도 일본과 손잡을 분야가 많다.

바로 여기서 새로운 한일관계가 시작돼야 한다. 한국은 일본에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새롭게 우월감을 가질 이유도 없다. 일본의 잘못에는 당당하게 항의하고 국익이 일치하면 주저하지 않고 협력하면 된다.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도 과거에 붙잡히지 않는 외교가 필요하다.

일본도 변해야 한다. 한국을 과거의 경제적 위계 속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남아 있다면 버려야 한다. 인구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한국이 반년 수출에서 일본을 1134억 달러 앞서는 시대다. 명목 1인당 GDP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다. 한일 모두 현실이 바뀌었는데 정치만 과거를 반복할 이유는 없다. 죽창가가 상징했던 시대의 반일 정치가 오늘의 한국 경제와 동북아 정세를 설명할 수 있는지 이제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2026년 상반기 수출액 한국 4967억 달러, 일본 3833억 달러. 숫자는 감정이 없다. 그 숫자가 말하는 것은 한국이 일본을 이겼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더 이상 일본을 두려움이나 열등감으로 상대할 필요가 없는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그 자신감 위에서 한일관계도 새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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