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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배전기기 쌍끌이 날개… 성장판 넓히는 ‘전력맨’ 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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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6. 08. 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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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일렉트릭, 新골드러시] ③ HD현대일렉트릭
울산·美 공장증설로 변압기 생산 확대
북미 시장 점유율 약 25%로 1위 수성
중저압차단기 생산 능력 2배로 확대
글로벌 빅테크와 1조 전력 패키지 계약

30년 넘게 전력기기 현장을 지켜온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가 슈퍼사이클 너머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가 전력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한 2020년만 해도 회사의 우선순위는 수익성 회복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쌓인 수주를 소화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변압기 공장을 늘리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변압기와 배전기기를 함께 공급할 만큼 사업의 폭이 넓어졌다. 지난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김 대표의 과제가 '회복'에서 '확장'으로 달라진 셈이다.

20일 HD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김 대표가 전력사업본부장을 맡은 2020년 이후 회사 안팎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당시 HD현대일렉트릭은 출범 초기 수익성 악화와 사업 재편을 거쳐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후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난 데 이어 AI 데이터센터까지 새로운 전력 수요처로 등장했다. 공급능력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초고압 변압기에 주문이 몰리면서 전력기기 시장은 공급 부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김 대표는 이 기간 회사의 전력사업을 가장 가까이에서 맡아왔다. 199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연구개발(R&D)과 중국연구소, 고압차단기 사업 등을 거쳤고 2019년에는 전력기기부문장 겸 R&D부문장을 맡았다. 이듬해 전력사업본부장에 오른 뒤 5년간 주력 사업을 총괄했으며 지난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불황과 사업 재편, 이후의 전력기기 슈퍼사이클까지 한 사업 안에서 경험한 '기술형 CEO'인 셈이다.

김 대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급증한 일감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32억3700만 달러, 6월 말 수주잔고는 84억9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주문부터 제작과 납품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초고압 변압기는 수주가 많아도 생산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

이에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에서 동시에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울산에는 2118억원을 투입해 올해 말까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앨라배마에는 약 2억 달러를 들여 제2공장을 짓는다. 두 거점에 들어가는 투자금은 약 5036억원이다. 내년 4월 앨라배마 제2공장이 완공되면 북미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약 50% 늘어난다. 765kV급 변압기를 현지에서 생산·시험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춘다. 특히 미국은 HD현대일렉트릭이 40년 넘게 공을 들인 시장이다. 1982년 미국 변압기 시장에 진출했고 2011년에는 앨라배마에 현지 생산공장을 세웠다. 회사 집계 기준 현재 미국 100MVA 이상 대형 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약 2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의 두 번째 과제는 변압기에 집중된 성장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대형화할수록 외부에서 대규모 전력을 끌어오는 초고압 전력기기뿐 아니라 내부에서 전력을 분배하는 배전설비의 중요성도 커진다. HD현대일렉트릭은 청주 배전캠퍼스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중저압차단기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현재의 2배로 확대한다. 향후 배전반과 배전변압기 생산거점을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글로벌 빅테크와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2028년까지 북미 데이터센터에 5673억원 규모의 전력기기와 5539억원 규모의 배전기기를 공급한다. 전체 계약에서 배전기기가 차지하는 비중만 49.4%다. 초고압 변압기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회사가 데이터센터 한 곳에 필요한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함께 공급하는 단계로 사업을 넓힌 것이다. 패키지 공급은 고객 한 곳에서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규모를 키운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함께 공급하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의 설계 정합성을 높이고 납기와 품질, 사후관리 과정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물량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김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HD현대일렉트릭은 고부가 제품과 선별 수주를 중심으로 수주잔고를 관리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14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70억원으로 37.3%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5.1%까지 올라갔다. 배전에서도 외형 확대가 시작됐다. 2분기 배전기기 매출은 23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2% 증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증설 물량의 안정적인 공급과 배전 사업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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