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구직자 분류…집중지원형은 전담 상담
반복 행정업무 AI·전산 전환…상담시간 확대
지방청은 정책기획, 일선 센터는 취업지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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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20일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 고용서비스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전국 102개 고용센터를 실업급여 지급과 각종 행정처리 중심에서 구직자의 취업을 지원하는 상담 중심 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직활동 점수화…목표 채우면 급여 지급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취업활동 마일리지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와 실업급여 수급자 등에 개인별 취업활동계획(IAP)과 목표점수를 정하고, 취업상담과 면접, 직업훈련 등에 참여할 때마다 포인트를 쌓도록 한다. 목표점수를 채우면 실업급여나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지급 절차도 자동화한다.
모든 구직활동에 같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온라인 활동보다 직업훈련이나 면접처럼 상대적으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활동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취업활동 노력 자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점수화해 지금보다 객관적으로 구직활동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고 곧바로 급여 지급을 제한하는 구조도 아니다. 상담사가 구직활동이 부진한 이유를 파악하고 취업활동 목표나 마일리지를 조정하는 등 코칭을 제공한다. 노동부는 녹색전환과 AI, 노무제공자 등 산업 변화에 맞춘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늘릴 계획이다.
형식적인 구직활동을 걸러내는 데도 AI가 활용된다. AI가 구직활동 내역을 분석해 허위·형식적 활동이 의심되는 사례를 선별하면 상담사가 해당 건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반대로 정상적으로 목표를 달성한 수급자는 반복적인 확인 절차를 줄여 상담 인력을 실제 취업지원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마일리지 제도를 실제 운영하려면 구직활동 인정기준과 실업인정 관련 규정도 손봐야 한다. 노동부는 2027년부터 고용24에 마일리지 기능을 구현하고 활동별 점수 기준 마련과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실업급여 담당 직원 한 명이 하루 평균 71.7건의 실업인정 업무를 처리하는 등 일선 고용센터가 행정업무에 매몰돼 있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반복적인 확인·지급 업무를 AI와 전산 시스템에 넘겨 확보한 시간을 실제 구직 상담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AI가 상담 대상 선별…필요한 사람은 1대1 밀착지원
고용센터 이용자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상담하지 않는다. AI가 설문과 취업·훈련 이력 등을 분석해 구직자를 '자기주도형'과 '집중지원형'으로 분류한다. 자기주도형은 온라인에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추천받아 스스로 구직활동을 하고, 집중지원형에는 전담 상담사인 '케이스 매니저'가 배정된다.
케이스 매니저는 단순히 상담 횟수를 늘리는 역할이 아니다. AI 기반 진단도구인 '잡 케어(Job Care)'를 활용해 구직자의 역량을 진단하고 취업경로를 설계한 뒤 자격증 취득이나 훈련 참여 등 세부 목표 달성 여부를 계속 확인한다. 기존처럼 구직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여러 창구를 돌아다니는 대신 한 명의 담당자가 취업까지 전 과정을 맡는 방식이다.
노동부는 이 방식이 실업급여와 국민취업지원제도 이용자 전체로 확대되면 연간 약 200만명 가운데 실제 집중상담이 필요한 사람은 20만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경우 집중지원형 비중이 10%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대규모 인력 증원 없이 기존 약 5000명의 고용센터 인력을 집중지원 대상자에게 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범사업에서는 상담시간이 크게 늘었다. 노동부가 지난 5월부터 대전고용센터의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를 대상으로 AI 분류 방식을 적용한 결과 집중지원형의 1인당 상담시간은 기존 18분에서 73.8분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참여자의 86.8%가 운영방식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노동부는 시범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힌다. 9월부터 실업급여 수급자에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반복수급자 등을 우선 집중지원 대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구직자 유형별로 각각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부터 1~2개 권역에서 마일리지와 AI 상담, 행정·서비스 분리 등 혁신 과제를 한꺼번에 적용하는 통합 모델을 운영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용서비스도 확대한다. AI가 키워드를 토대로 구인공고 초안을 작성하고 기업의 업종과 필요한 직종 등을 분석해 적합한 인재와 추천 이유를 제시한다. 기업의 고용보험 이력 등을 분석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의 종류와 금액, 요건도 안내한다.
고용센터는 기존처럼 지원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구인난을 겪는 기업을 먼저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채용공고 작성부터 인재 추천, 일자리 여건 개선, 실제 채용과 근속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지역·조직도 손질…일선 센터는 상담에 집중
지역 단위 고용정책의 자율성도 높인다. 지방청이 지역 일자리 정책을 기획·조정하고 지방정부와 노사,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 일자리 사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역고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지역별 산업구조에 따라 기존 일자리 사업의 지원요건이나 기간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단계적으로 지방에 부여할 계획이다. 지역이 사업을 설계하면 중앙은 법적 요건 등을 검토하고, 지방청과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춰 예산과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고용센터 조직도 행정과 상담 기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손질한다. 지방청 단위 고용센터가 광역단위 고용정책과 통계 분석, 위탁기관 관리 등을 맡고 전국 102개 일선 고용센터는 구직자 상담과 기업 채용지원 등 대민 서비스에 집중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제 고용센터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정업무는 AI에게 맡기고, 그 자리를 사람과 일자리를 잇는 서비스로 채워야 한다"며 "졸업부터 은퇴까지 모든 국민의 일자리 여정을 함께 그려가는 동반자로 고용센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