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스포츠단체는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든 비영리 사단법인이든 협회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분명하다.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종목 전체의 발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기업은 스포츠를 후원할 수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후원과 지배는 전혀 다른 문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40년 넘게 지원해온 대한양궁협회가 기업과 스포츠단체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협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 기술적 판단 등 스포츠의 핵심 영역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왔다. 기업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그 결과 대한양궁협회는 세계 최정상 수준의 경기력과 함께 투명한 운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모터스포츠는 어떠한가.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는 국내 자동차경주의 규정 제정과 심판·공인 경기 관리 등을 담당하는 종목의 핵심 단체다. 최근에는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과 함께 심레이싱 국가대표 선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공정성과 중립성, 투명한 거버넌스가 요구되는 조직이다.
그런데 지금의 KARA가 과연 시장과 팬들에게 그런 신뢰를 받고 있는지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모터스포츠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협회의 독립성과 운영 구조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특정 기업의 영향력에서 협회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주요 의사결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특정 기업이 협회를 후원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후원과 운영의 경계가 흐려질 때다.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면 중요한 것은 누가 돈을 대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 과정에 누가 책임을 지느냐이다.
특히 임원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가 특정 기업과 지나치게 밀접하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실제 이해상충 여부와 별개로 협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협회를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논란도 마찬가지다.
경기 운영을 둘러싼 문제뿐 아니라 협회 조직 구성원 관리와 조직 내 성(性) 관련 사건 등 논란이 반복됐다면 개별 사건을 수습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관리·감독 체계와 조직 거버넌스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의 주체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모터스포츠는 더 이상 일부 마니아만의 취미가 아니다. 자동차 산업과 관광, 지역경제, 문화콘텐츠를 연결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모터스포츠를 단순한 경기 이상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이유다.
그런데 대한민국 모터스포츠를 대표해야 할 협회가 특정 기업의 영향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산업의 외연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은 후원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협회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질문은 CJ그룹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