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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항 90% 급감·원유 26억배럴 차질…미·이란 전쟁이 바꾼 세계 에너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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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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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해협 완전 통제", 현실은 하루 14척…보험료, 선박 가치의 10%
이란 '공세 교리' 전환 신호·석유 수출 급감…'생존경제' 체제
사우디 홍해 우회에 후티 위협 확산…걸프 산유국 호르무즈 탈피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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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들이 1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앞바다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total control)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날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에 그쳤다.

이란은 군 수뇌부를 개편하며 '공세 교리(offensive doctrine)'로 전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6월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협상도 교착됐다.

호르무즈를 우회한 원유가 홍해로 몰리자, 후티의 공격 위험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다크 운항(dark voyage)'도 확대됐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88~89달러(12만4872~12만6291원)에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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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제네바의 스파이어 아카데미에서 열린 패트리엇 게임(Patriot Games)에서 춤추는 몸짓을 하고 있다. /AP·연합
◇ 트럼프 "미국, 호르무즈 완전 통제"…11일 통항 14척 중 11척 이란 항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나는 우리가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1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으로 전쟁 전 하루 130척 이상에 크게 못 미쳤으며 이 가운데 11척이 이란이 관리하는 항로를 이용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7월 하루 평균 통항량도 26척, 6월은 33척이었다. 8월 누적 166차례 통항 가운데 약 절반이 이란 항로를 이용했고, 나머지 절반가량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끈 채 이동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오만 연안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2차례뿐이었다.

전쟁 전 통항분리제도(TSS)는 기뢰 위협과 군사 충돌로 사실상 사용이 어려워졌고, 이란 관리 항로와 합동해상정보센터(JMIC)가 제안한 오만 측 항로가 별도로 형성됐다.

WSJ는 이란이 미국 해군을 격파하지 않고도 제한적인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선사와 보험사의 위험 인식을 높여 통항을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중개사 마시(Marsh)에 따르면 호르무즈 통과 전쟁위험 보험료는 전쟁 전 선박 가치의 약 0.25%에서 최대 10%로 뛰었다. 대형 유조선 한 척당 보험료는 300만~1000만달러(42억5700만~141억9000만원)에 달할 수 있다.

다만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의 7일 평균은 하루 약 900만배럴이며 신규 파이프라인과 수출 시설까지 포함한 수출 능력은 하루 1500만배럴에 이른다고 밝혔다.

IRAN-CRISIS/PHOTOJOURNALIST
이란에서 기자 활동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얄다 모아이리가 촬영한 사진으로 2026년 3~4월 테헤란에서 40일간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 중 공습을 받은 뒤 사상자 주변에서 사람들이 대응하는 모습이다. 모아이리 사건의 핵심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당시 그가 촬영한 사진들이 있다. /얄다 모아이리 제공·로이터·연합
◇ 블룸버그 "이란 군 수뇌부 개편, 공세 교리 전환 신호"…미·이란, 60일 협상 이견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대치는 군사 전략과 협상에서도 이어졌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신임 사령관 자문역 모하마드 레자 나크디 장군은 11일 국영방송에서 "조건이 유리하고 명령이 내려지면 적 영토로 작전을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전 교리가 주로 방어와 국가 보전에 기반했다며 탄도미사일 생산량도 사용량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단행한 군 수뇌부 인사가 이란의 '공세 교리' 전환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6월 MOU의 60일 협상 기간을 연장할지를 놓고도 입장이 갈렸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이란 고위 관계자는 "이란의 관점에서는 시작된 기간이 없기 때문에 연장할 것도 없다"며 미국이 합의 48시간 뒤 이를 위반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항구 봉쇄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을,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통항 재개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블룸버그TV에서 양측이 "분명히 교착 상태"라며 미국이 이란의 통행료 부과를 허용하거나 제재·동결자산에서 충분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지속적인 해협 개방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어쩌면 영원히' 이란이 호르무즈를 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RAN-CRISIS/SAUDI
7월 2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자잔주 지잔의 석유시설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이란과 연계된 예멘 후티는 25일 야히야 사리 군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지잔과 얀부의 사우디 아람코 시설을 겨냥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센티널-2 제공·로이터·연합
◇ 사우디, 얀부 원유 '다크 운항' 확대…바브알만데브 통항 하루 50척→32척

호르무즈 위험을 피해 홍해로 돌린 사우디 원유도 후티의 공격 위협에 직면했다. 후티가 지난달 20일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이후 사우디 연계 유조선과 얀부 석유시설, 자잔 정유시설이 공격 대상이 됐다.

선박 추적업체 보르텍사(Vortexa)의 조지 모리스 분석가는 지난주 얀부에서 이뤄진 원유 선적이 모두 AIS를 끈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원유 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최근 몇 주간 사우디 서부 해안 선적의 약 70%가 다크 운항이었으며 지난달 23일 이후 얀부에서 선적한 모든 화물선의 AIS 신호가 지속적으로 포착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얀부 선적 추정치도 크게 갈렸다. 3일 시작된 주간의 하루 선적량을 보르텍사는 238만배럴, 케이플러는 178만배럴, AXS마린은 85만배럴로 각각 추산했다.

반면 사우디 원유가 홍해를 북상하면서 이집트 시디케리르의 원유·콘덴세이트 선적량은 하루 평균 217만배럴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약 50% 늘었고, 약 90%가 사우디산이었다.

바브알만데브 해협의 하루 평균 통항량도 지난달 20일 후티의 봉쇄 선언 전 약 50척에서 지난주 32척으로 줄었다. WSJ는 후티가 11일 탄자니아 선적 화물선 티하마호를 공격해 선원 4명이 숨졌다고 예멘 당국을 인용해 전했다.

이런 위협 속에서 사우디는 튀르키예·파키스탄과 공동방위협정을 체결하고, 14개 역내 국가가 참여하는 홍해 해상방위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는 사우디가 전쟁에 직접 휘말리지 않으면서 공격을 억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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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인들이 1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해안에서 여가를 보내고 있다./AFP·연합
◇ 이란, 석유 수출 급감에 '생존경제' 전환…걸프국은 호르무즈 우회망 확대

군사·해상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이란과 걸프 산유국의 경제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이란의 석유 수출액은 미국이 봉쇄를 재개한 뒤 6월 45억달러(6조3650억원)에서 7월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WSJ가 캐피털이코노믹스를 인용해 전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 최대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에서는 이달 들어 유조선 선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80%를 웃돌고, 닭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190%, 우유는 150%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4%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정부는 밀·의약품·분유 등 최대 35억달러(4조9500억원) 규모의 필수 수입품에 보조 환율을 적용하며 경제 회복보다 국가 기능 유지에 초점을 맞춘 '생존경제(survival economy)'로 이동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반대로 걸프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의존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랍에미리트(UAE)가 푸자이라로 연결되는 원유관을 추가해 호르무즈 우회 능력을 하루 360만배럴로 두 배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이와 별도로 천연가스 사업 확대에 82억달러(11조6000억원)를 투입하고, 동부 해안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하루 약 700만배럴을 홍해 얀부로 우회할 수 있으며 100만~200만배럴의 추가 용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공급망 재편 속에서 12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88~89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약 83달러(11만7437원)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전쟁 이후 한때 126달러(17만8189원)까지 올랐다. NYT는 걸프 산유국들이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호르무즈라는 단일 수송로에 이전처럼 의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비용과 효율보다 수송망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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