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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란, 배상 맞불…호르무즈 합의 멀어지며 브렌트유 5%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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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1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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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에 과거 공격·시위대 사망 배상 역요구…향후 협상 의제로 지시
이란, 봉쇄·제재 해제 등 6개 조건 고수…최고지도자 군 지휘부 개편·후티 공격 확대
브렌트유 88달러...트럼프, 존스법 면제 연장
USA GOVERNMEN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소아 백신 권고안을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은 홍역과 소아마비 등 11개 질병에 대한 백신 권고를 유지하되, A형 간염·B형 간염·수막구균 질환 등의 백신은 고위험군에 한해 접종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이란의 전쟁 피해 배상 요구에 맞서 과거 공격과 시위대 사망 등에 대한 배상을 역으로 요구하고, 협상 대표들에게 향후 모든 협상에서 이를 제기하도록 지시했다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제재 해제와 전쟁 피해 배상을 호르무즈 해협 전면 재개방 조건으로 고수하면서도 오만과의 안전 항로 협상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양측의 요구가 맞서면서 브렌트유는 이날 약 5% 오른 배럴당 88달러(12만4819원)까지 상승했고, 후티 반군의 공격과 이란 원유 수출 위축까지 겹치면서 에너지·금융시장 부담도 커졌다.

IRAN-US-ISRAEL-WAR-DAILYLIFE
한 남성이 1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의 해안가에서 찬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 앞에 멈춰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을 제시한 뒤 추가 군사 공격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커지도록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을 제시한 뒤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이 시작된 이후 대부분 폐쇄된 상태다./AFP·연합
◇ 트럼프·이란, 배상 맞불…호르무즈 개방 조건 놓고 정면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난 5개월간 군사 충돌의 피해 배상을 요구한다며 자신도 이란에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의 도로변 폭탄과 각종 분쟁으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들, 지난 50년간 숨진 이란 시위대 유가족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시리아·예멘·가자지구의 피해와 사망에도 이란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 예멘에서 미 해군 콜(USS Cole)호 공격으로 숨진 장병 17명의 유가족도 배상 대상으로 거론했다. 다만 콜호 공격은 이란이 아니라 알카에다 소행으로 지목돼 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 대표들에게 배상 문제를 '향후 모든 협상(any, and all, future negotiations)'에서 확고하게 제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전쟁 피해 배상을 포함한 조건을 제시한 데 대한 대응이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제재 해제, 이란 주변 미군 철수,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오만과의 협상이 "순조롭고 건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항로 지도에는 합의했지만, 일부 기술적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그는 오만과의 안전 통항 항로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 전면 재개방과 별개라고 강조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오만과의 합의가 '매우 근접했다'면서도 미국과의 직접 협상은 배제하고 중개자를 통해 메시지를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상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에는 6월 합의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전쟁 피해 배상이 기존 협상이나 회담에서 언급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6월 합의한 14개항 양해각서(MOU)에는 미국과 역내 국가들이 이란의 전후 재건과 경제개발을 위해 3000억달러(425조52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구상이 포함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 기금은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며 MOU는 합의 서명 뒤 60일 이내에 기금의 시행 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압박보다 경제 압박을 우선하는 태도도 보였다. 앞서 그는 9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높은 인플레이션(inflation)과 자금난을 거론하며 "우리는 수위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지금 열려 있다"며 미국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도 열어뒀다.

블룸버그는 양측이 요구 조건을 강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재개방 합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IRAN-CRISIS/REZAEI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왼쪽)과 모흐센 레자에이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이 7월 3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그랜드 모살라에서 해외 사절단을 대상으로 열린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사망했다./로이터·연합
◇ 이란 최고지도자, 군 지휘부 6명 교체…강경파 안보라인 강화

협상 전선과 별개로 이란 지도부는 군 지휘체계를 재정비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알리 압돌라히 소장을 이란군 총참모장에 임명하는 등 핵심 군 지휘부 6명을 새로 임명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전했다.

키요마르스 헤이다리 준장은 군 부총참모장에 임명됐다. 아흐마드 바히디 준장은 소장으로 진급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맡았다. 모스타파 이자디 소장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 알리 아즈마에이 소장은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 후세인 타에브는 바시즈 민병대 수장에 각각 임명됐다. 하메네이는 군과 바시즈의 방어·안보 역량과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재래식·현대 군사 및 인지·혼합(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할 수단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날 모흐센 레자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수장에 임명했다. 레자에이는 1981∼1997년 혁명수비대를 지휘했으며 지난주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하지 않으면 미군이 "심각한 위험과 사상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레자에이가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포함한 이란의 최대 목표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할 의향은 있지만, 이란 측 양보에는 소극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하메네이와 약 7시간 동안 만나 민생과 시장 상황, 고용·주택, 미국 제재에 따른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메네이의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했다"며 최고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주문은 '단결과 결속' 유지였다고 전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아버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숨진 미국·이스라엘 공습 당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고지도자 취임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최근 하메네이가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영상을 공개했지만, 촬영 시점과 장소, 동행자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IRAN-CRISIS/YEMEN-MOCHA
예멘 후티 반군이 9일(현지시간) 예멘 홍해 항구도시 모카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상에 드론이 폭발물을 투하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후티 미디어센터 제공·로이터·연합
◇ 후티, 홍해·사우디 공격 확대…예멘 휴전 4년 만에 최대 위기

이란 지도부가 내부 전열을 정비하는 가운데 역내 친이란 세력의 군사 행동도 확대됐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9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군이 통제하는 홍해 항구도시 모카를 공격해 7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AP가 전했다. 예멘 국방부는 군인 4명과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의 지잔 정유시설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당국은 화재가 발생했지만 신속히 진화됐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충돌은 지난달 13일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사나 공항 활주로를 공습해 후티 고위급 대표단을 태운 이란 마한항공 항공편의 착륙을 막으면서 본격화됐다. 후티는 이후 사우디 선박의 홍해 통항 봉쇄를 선언하고, 사우디 선박과 석유시설을 공격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호데이다와 홍해 카마란섬을 공습하고, 예멘 정부군 전력을 증강했다. 후티도 중부·남부 예멘 군사기지에 수십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한스 그룬드베르그 유엔 예멘 특사는 예멘이 2022년 휴전 이후 어느 때보다 대규모 충돌 재개의 위험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했
다.

예멘 싱크탱크 사나전략연구센터의 야스민 알에리아니 연구원은 이란이 예멘 전선을 활성화함으로써 이 압박 수단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란에 대한 공격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지역에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AP가 보도했다. AP는 호르무즈 해협의 해운 위협이 홍해와 남단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IRAN-CRISIS/SAUDI-OIL
7월 2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자잔주 지잔의 한 석유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위성 합성사진에 포착됐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전날인 25일 군 대변인 야히야 사레의 성명을 통해 지잔과 얀부의 사우디 아람코 시설을 겨냥한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유럽연합(EU)·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제공·로이터·연합
◇ 미국 봉쇄에 이란 원유 수출 40% 급감…트럼프, 수송 규제 완화

외교·군사 긴장은 원유 공급에도 직접 영향을 미쳤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9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집행하면서 상선 55척의 항로를 변경시켰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 센티넬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8월 1∼9일 이란 최대 원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에서 초대형 유조선(VLCC)은 한 척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원유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이란의 8월 원유·콘덴세이트 수출이 7월 평균보다 약 40% 감소한 하루 50만 배럴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이란 육상 저장시설에는 6600만 배럴이 쌓여 저장률이 56%에 이르렀고, 하르그섬 저장시설도 64%가 찼다.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안 수송에서 외국적 선박 이용을 허용하는 존스법(Jones Act) 면제를 90일 연장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다만 대상 품목은 휘발유·항공유·원유·나프타·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축소했다.

항차별 심사도 도입했다. 연장된 면제 조치는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미국 해사청(MARAD)과 미국 국적·소유·운항 선박의 이용 가능성을 확인한 뒤 개별 항차의 면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기존 면제는 16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오만 해역에서는 별도의 원유 수송 사고도 이어졌다. 러시아산 원유 약 100만 배럴을 싣고 아시아로 향하던 유조선 캐롤라인 베젠기(Caroline Bezengi)호가 오만 할라니야트 제도 자연보호구역 인근에 좌초해 원유를 유출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오만 환경 당국은 기름띠 면적을 약 390㎢로 집계했다. 그린피스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약 600㎢로 추산했다. 해상보안 관계자들은 선박에서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초기 평가에서 제기했지만, 공격 주체를 자처한 세력은 없다.

IRAN-US-ISRAEL-WAR-DAILYLIFE
이란인들이 1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해안을 거닐고 있다. 그들 앞에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보인다./AFP·연합
◇ 브렌트유 88달러로 5% 급등…호르무즈 교착, 금융시장 압박

공급 차질과 협상 난항이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약 5% 올라 배럴당 88달러(12만4819원)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직전 3거래일에도 5% 넘게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1% 오른 배럴당 82.16달러(11만6536원)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까지 겹치면서 유럽 디젤 선물은 10% 넘게 뛰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금융시장도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경계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06%포인트 오른 4.70%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보합권에 머물렀고, 나스닥100지수는 0.3%,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 각각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키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자체가 양측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해협 통제력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가장 강력한 지렛대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5개월 넘는 공격으로 이란의 군사력과 지도부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마지막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소수의 미사일과 드론만으로도 해상 운송에 큰 혼란을 줄 수 있고, 미국이 지상군 투입에는 소극적이라는 점이 이란에 협상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국 ABC방송에서 "이란의 요구가 자신들이 우위에 있고 이기고 있다고 믿으며 기세가 오른 상황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공격을 재개할지, 이란이 물러설 때까지 기다릴지, 협상에 나설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연료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가 진단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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