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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폐지 이슈로 좁혀진 형소법 개정 문제를 국회가 최종 결정하라고 넘겼고, 여당은 강행 처리했으며, 대통령은 국회 입법권 존중 차원으로 기나긴 문제적 상황을 종결했고,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라도 안 하느니 못하다'는 발언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숨소리와 표정까지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보통의 정치인들조차도 메시지의 때와 장소, 참석자 유형, 메시지 타깃 대상과 이를 전할 매체의 특성 등등을 감안한다. 하물며 대통령이 여론에 어떻게 해석될지 감안하지 않고 발언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발언이 단순한 원론적 발언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주무장관인 정성호 법무장관의 표현이다. 그는 공개 자리에서 "너무 걱정된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라고 말했다. 다른 자리에선 "부작용이 생긴다면 빨리 고쳐야 한다"며 "새 제도가 선의로 설계됐지만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선의'와 '부작용' 측면에서 대통령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의 인연은 30년이 넘는다. 이 대통령이 초년 정치인 때부터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밤늦게 찾아 고민을 털어놓고 상의하는 이가 정 장관이었다고 한다. 고위직 인사를 많이 연결, 추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사이의 두 사람이 중차대한 문제를 깊이 논의하지 않았을 수 있을까. 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확정하자 지난달 말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은 뜸을 들이다 만류했다. 정 장관은 형소법 개정의 큰 부작용을 여론에 묵시적으로 각인시키고, 이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버티라'는 식으로 반려한 것이다. 보완수사권 폐지 우려의 티키타카식 우회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형소법 개정 일련의 절차와 흐름의 밑바닥에는 민주당 8월 전당대회라는 강력한 요소가 깔려 있다. 모두 알다시피 이번 전당대회는 권리당원 일부와 강경파 세력이 여당 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에게 검찰 해체는 거의 유일한 목표이며, 강경파 목소리는 늘 실체 이상으로 과대 포장되기 마련이다. 이 목소리를 활용해서 국회 안에서 특정한 주장이 증폭되고, 다시 여론에 투영돼 확산하는 게 정치 여론의 일반적인 순환 구조다. 전략이 선동이고 선동이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그 '개혁 여론'과 불일치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하라는 주장이 더 많았으니 '진짜 여론'은 다르다는 인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생결단식 권력 투쟁에서 강경 흐름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지만, 대통령과 주무장관은 바로 이 지점을 언급한 것이다.
어찌 됐든 강경파 목표는 달성됐고 전당대회도 끝난다. 전당대회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검찰 해체는 가시적으로 이뤄졌다. 여권 강경 세력은 또 다른 '허수아비'를 만들어 공격 지점을 확실히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목표가 달성돼 없어지거나 분명치 않으면 결집된 힘은 빠져버리기 쉽다. 또 다른 허수아비로 '검찰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세부적인 후속 조치를 갖다 댈지, '내란 종식이 끝나지 않았다'며 새로운 종목을 발굴할지는 모르겠다. 필요한 건 '정치적 땔감'일 뿐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국가 수사 기능이 총체적으로 혼선을 빚으면서 범죄 피해자의 불이익, 경찰의 독점적 수사로 인한 국민적 피해 등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이런 피해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피해 누적, 언론 등의 집중 관찰, 피해 공개 활성화 등이 어우러지면서 여론에 적극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이 대통령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SNS를 통해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란 제목을 달고 독일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정치가(단순 정치인이 아니다)의 자질로 꼽은 대의에 의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을 소개했다. 그리고 정치가의 책임을 강조하며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인용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베버는 '선의가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좋은 의도로~' 국무회의 발언도 그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SNS에서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 집권했다면 사익 아닌 공익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고민, 차가운 균형감각으로 현실과 이상을 조화,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라고 했다.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정책의 출발점일 뿐 결과를 대신하지 못한다. 이 대통령이 전당대회 이후 나타나는 현실에 대해 어떤 변화를 택할 것인가.
김명호 (객원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