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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지금이나 마치 한반도를 녹여버릴 듯한 극한의 폭염 속에서 외출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얼굴에 썬크림을 '허옇게' 덕지덕지 바르고 모자까지 챙겨 쓰는 등 나름의 중무장을 한 채 외출을 감행해보지만, 뙤약볕이 작렬하는 도로 위를 걷다보면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은 두려움이 절로 든다.
실제로 최근 며칠간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는 소식들은 대부분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고, 그로 인해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사망사고도 속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폭염 때문에 우울하기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특히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은 폭염과 산불, 가뭄이 겹친 기후재난에 신음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에어컨 설치 규제 철폐 여부를 놓고 좌우 진영간 이념 전쟁이 한창이라는 웃지못할 소식도 전해졌다. 환경 문제를 이유로 규제 철폐에 반대하는 쪽과 우선 당장 생존을 위해 에어컨 설치를 쉽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쪽이 서로를 향해 '부채 좌파'와 '에어컨 우파'라고 손가락질하며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유럽에 비해 에어컨 보급율이 높아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기는 하지만 시선을 살인적인 무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른바 '폭염 취약계층'으로 돌리면 문제의 심각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고위험군 노인에 대한 안부 확인 횟수를 늘리고 무더위쉼터를 확대 운영하는 등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서 저소득 취약계층의 냉방비 지원을 위해 메마른 주머니를 더욱 짜내는 지자체도 하나둘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날 기상 관측 사상 최고기온(42.5℃)을 기록한 경남 양산시의회의 김석규 의원이 3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시의 폭염 대응 수준이 확보된 재정 여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김 의원은 양산시가 즉각 온열질환과 농축산물 피해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근거로 정부(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을 적극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때마침 정부도 같은날 강수량 부족과 저수율 하락으로 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7억5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혀 화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부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폭염 취약계층 보호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하고도 원활한 협업 체제를 이뤄가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