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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축제라기보다 마을잔치에 가까운 현장을 둘러보면서 '마을축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덕유산에 기대어 사는 주민들은 2~3월 고로쇠 물을 채취하기 위해 산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린다. 몇 개월간 계속된 힘든 노동을 끝내고 수고한 자신들과 뒤에서 응원해 준 마을 어르신을 위해 만든 소박한 마을축제!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작목반을 통해 고로쇠 물로 술을 빚고, 고기와 음식을 준비해서 마을 어르신들을 모셔서 대접하고, 발품을 팔아서 경품을 준비하고, 가수를 불러서 춤과 노래를 즐기는 특별한 날! 가을철 농사를 끝내고 하는 추수감사절 축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축제(祝祭)의 의미를 한번 살펴보자! 축(祝)은 '빌다' '기원하다' 그리고 제(祭)는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축제는 '신 또는 조상에게 기원하며 제사 지내는' 행사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마을마다 장승제 또는 당굿 형태의 마을축제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마을 수호신에게 감사의 제사를 지내며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고, 밤새도록 풍물을 치며 춤과 노래를 즐기는 것이 우리의 축제였다. 부여의 '영고'과 동예의 '무천' 등을 봐도 우리 민족이 함께 모여 노는 축제의 형태를 얼마나 즐기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축제 산업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마다 대표축제를 선정하고, 지역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전국적인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축제가 활발히 펼쳐지는 이유 중 하나도 특산물 판매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다. 또한 재배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고생한 지역의 농가들의 수고를 위로하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축제 현장에서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쌀축제, 곶감축제, 대추축제, 복숭아축제, 대게축제 등도 지역 특산물 축제다.
필자가 서울에 살 때는 특산물 축제를 보러 다니지 않았다. 지역의 그저 그런 먹거리 축제로 생각하고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터였다. 그러나 지역에서 농민과 어부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힘든 노동의 결과를 보상받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들을 위로함과 더불어 판매를 촉진시켜 경제적인 혜택까지 충족시키는 방법이 바로 특산물 축제였다.
그러나 특산물 축제는 지역별로 경쟁이 심해지고, 축제의 산업화·대형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 특산물' 외에는 프로그램이 비슷한 천편일률적인 축제가 돼버렸다. 지난주 옆 지역에 나왔던 가수가 이번 주 우리 지역에 나올 정도다. 지역 특산물 축제인데, 모든 지역이 음악도 춤도 비슷해져 버렸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맨손으로 잡는 것도 비슷하다. 심지어 축제의 주인이어야 할 특산물을 생산하는 주민은 들러리가 되고, 특산물 생산을 가능케 한 지역의 자연환경에 대한 감사는 외면되어 한쪽 구석에서 조그맣게 진행된다. 축제의 본질을 점차 잃어버리고 있다.
필자가 특산물 축제를 기획한다면 이렇게 해보고 싶다. 지역특산물을 생산해 낸 지역의 자연과 땅, 그리고 거기서 대대로 농사를 지은 조상에 대한 감사의 제(祭)를 먼저 지내고, 특산물의 생산지별, 대개 면 단위로 마을 잔치를 열어서 땀 흘린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들과 함께 지역의 특산물 축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축제의 대형화보다 분산과 집중의 전략을 실행하고 싶다. 그래야 지역의 자연환경과 특산물 생산자들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축제가 될 것이다. "근자열(近者悅) 원자래(遠者來)"-가까이 있는 주민이 즐겨야, 멀리서도 오는 법이다.
/문화실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