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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예술의전당 기획 오페라 ‘투란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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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7. 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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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한 시원하고 청량한 작품
객석의 큰 기대에 압도적인 기량으로 화답한 테너 백석종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예술의전당 (5)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은 2023년 오페라 '노르마', 2024년 오페라 '오텔로', 2025년 창작오페라 '물의 정령' 등을 기획, 제작했다. '노르마'와 '오텔로'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기존 프로덕션을 재공연한 것이니 온전히 기획했다고 하기는 어렵고, 지난해 창작한 오페라 '물의 정령'은 기획 및 제작을 모두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100주년을 기념해 오는 26일까지 기획 오페라로 공연한다.

이중 이번 '투란도트'가 소위 가성비가 가장 좋지 않을까 짐작한다. 외국 프로덕션의 수입 비용이라든가, 오페라 창작을 위한 위촉 외국 작곡가와 대본 작가의 개런티 등이 반영된 제작비를 생각하면, 이 '투란도트'의 공연 제작 비용은 지난 몇 년간의 기획 오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일컫는 가성비는 매우 뛰어났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오페라로서는 드물게 나흘간의 공연이 매진됐다고 하니 흥행 측면에서도 성공이다. 다만, 가성비 여부는 필자의 추측일 뿐으로 확실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

지난 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 '투란도트'는 성악이 모든 것을 압도한 공연이었다. 칼라프 왕자 역을 맡은 테너 백석종은 객석의 큰 기대에 압도적인 기량으로 화답했다. 1막의 아리아 '울지마라, 류(Non piangere, Liu)'를 서정적이고 섬세한 표현력으로 노래한 그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까지 시원하고도 강력한 음색으로 소화함으로써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류 역할의 소프라노 황수미 또한 가련하기 그지없는 류의 절절한 처지와 심경을 더없이 훌륭하게 표현했다. 특히 1막 아리아 '주인님, 들어주세요!(Signore, ascolta!)'의 마지막 부분에서 들려준 피아니시모는 더할 나위 없이 절묘했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예술의전당 (8)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소프라노 에바 프원카는 독특한 개성의 투란도트였다. 송곳 같은 날카로움과 차가운 성질을 지닌 그의 음색은 풍성한 질감과 성량에 익숙한 우리 무대에서 쉽게 보기 힘든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유형을 보여주었다. 과봉과도 같은 프원카의 가창은 막강한 방패 같은 백석종의 노래와 좋은 조화를 이뤘다. 베이스 심인성은 늙고 병든 시각장애인이기보다는 상당히 중후하고 힘이 있는 티무르 왕을 표현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존재감이 느껴지는 그의 음색은 류의 죽음에 비극성을 더했다.

핑, 팡, 퐁 역할은 이 오페라의 원형인 코메디아 델 라르테 양식을 강조하려 할 때 흔히 나타나는 우스꽝스럽고 희극적인 오버 액션 대신 상당히 진지하게 묘사됐다. 이를 위해 바리톤 김종표, 테너 김재일, 테너 서범석 역시 과장된 몸짓을 자제하고 성악적인 요소에 집중하며 좋은 앙상블을 만들었다.

이렇듯 출연 성악가 전원이 저마다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 무대에서, 정선영은 무리한 연출로 이를 가리려 하지 않았다. 무채색의 색감과 실루엣을 강조한 사이드 라이트는 성악가들의 가창이 각자의 빛을 발하도록 도왔고, 언뜻 평범해 보일 수도 있었던 수평적 동선 또한 각 배역이 적절한 위치에서 최상의 가창을 들려줄 수 있는 장치가 됐다. 연출의 해석을 강요하려 하지 않는 이번 오페라에서 정선영의 연출이 한층 원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예술의전당 (11)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로베르토 아바도는 무대를 지배한 성악의 충실한 동반자 역할을 했다. 화려한 색채감을 자랑하는 이 오페라에서 관현악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고 유연하게 완급을 조절했다. 다만 금관 파트와 합창단의 충돌 등으로 인해 초반 강렬한 긴장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보다는 합창의 문제라고 본다.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맡은 합창은 고르지 못한 음악적 타이밍, 어긋나는 박자, 빈약함이 느껴지는 남성 파트의 음색 등으로 이날 옥의 티였다. 오히려 어린이 합창의 CBS소년소녀합창단이 훨씬 안정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이날 '투란도트'가 제작 측면에서 가성비가 좋은 공연이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관객들로서는 요샛말로 가심비 또한 뛰어난 공연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페라 티켓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티켓 가격을 넘어서는 만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석종의 시원하고 장쾌한 음성은 한여름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줬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손수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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