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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첫 여성총리의 ‘남자만 황위’…인구감소시대 거꾸로 간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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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2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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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여성에게 닫힌 황위의 문을 다시 잠갔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추진한 개정 황실전범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성 황족은 일반인과 결혼한 뒤에도 황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황위 계승 자격은 기존처럼 아버지 쪽 황실 혈통을 이은 남성에게만 주어진다. 첫 여성 총리가 완성한 제도라는 점이 역설적이다.


일본 국민은 선뜻 납득하지 못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개정안을 평가한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답은 45%였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법 개정이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는 응답이 60%였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도 마이니치 조사에서 한 달 만에 51%에서 41%로 떨어졌다. 황실전범 개정이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권이 지킨 전통과 국민이 원하는 제도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한국에는 왕실이 없다. 여성 천황 문제도 낯설다. 한국의 여성 정치 참여나 성별 할당 문제와 억지로 연결할 필요도 없다. 한국 독자가 봐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국가의 제도가 세계의 변화와 얼마나 보조를 맞추는가다. 사람이 줄어드는 나라가 성별과 혈통을 이유로 선택지를 좁히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이다.

세계의 왕실은 이미 움직였다. 빅토리아 여왕은 1837년 영국 왕위에 올랐다. 그의 재위는 영국이 산업화와 경제 팽창, 제국 확대를 거치며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던 시기였다. 여성 군주가 영국의 발전을 가로막지 않고 오히려 대영제국 최전성기 빅토리아 시대를 열었다. 엘리자베스 2세도 70년 동안 영국과 영연방의 상징을 맡았다.

영국은 2013년 왕위계승법도 고쳤다. 남동생이 누나보다 먼저 왕위를 잇던 원칙을 없앴다. 성별이 아니라 출생 순서를 따르도록 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네덜란드, 벨기에 등도 성별과 관계없이 첫째 자녀가 왕위를 잇는 방향으로 바꿨다. 전통을 버린 것이 아니다. 시대에 맞게 고쳤다.

그러나 일본은 반대로 가고 있다. 일본 인구는 현재 약 1억2300만명이다. 2056년에는 1억명 선이 무너진다. 2070년에는 약 8700만명까지 줄어든다. 그나마도 65세 이상이 38.7%를 차지한다.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고령자인 나라가 된다. 일할 사람은 더 빠르게 줄어든다. 일본 지방에서는 학교와 병원이 사라진다. 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인 이민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가장 높은 상징인 '황실 전범'에서도 성별과 혈통의 문턱을 지켰다.

일본의 장점은 원칙과 전통을 오래 지키는 힘이다. 약점은 전통과 관성을 구분하지 못할 때 드러난다. 일본서는 융통성이 죄악시된다. 한국은 낡은 제도를 빠르게 바꾸는 힘이 있다. 대신 금방 끓고 금방 식어버린다. 정치가 시류에 휩쓸리고 원칙과 공정이 쉽사리 흔들린다.

한국이 일본에서 배울 것은 원칙을 지키는 책임감이다. 버려야 할 것은 출신과 성별로 문을 닫는 관성이다. 해답은 여성이어서 우대하자는 것도 아니다. 여성이어서 배제하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성별을 지우고 능력과 책임을 남기는 것이다. 국운을 가르는 것은 인구의 숫자만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문을 열어 능력 있는 사람을 쓰느냐는 것이다. 문을 연 나라는 시대를 얻고, 문을 잠근 나라는 미래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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