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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축구는 뒷걸음질 쳤다. '홍명보호' 출범 당시 23위였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북중미 월드컵 직전 25위로 밀렸고, 조별리그 탈락 이후에는 32위까지 추락했다. 팬들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고 한국축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여전히 차갑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대가가 이토록 크다. 국회에서 시작한 홍명보호는 이제 국회에서 끝날 판이다.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에서 패배는 피할 수 없는 결과다. 강팀도 무너질 수 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전차군단'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남미의 전통 강호' 우루과이 역시 인구 50만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에 밀려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도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덜미를 잡혀 32강 진출이 좌절됐다.
문제는 패배가 아니라 패배 이후의 태도다. 마르셀로 비엘사 우루과이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사퇴 기자회견에서 약 2시간 동안 자신의 판단이 왜 실패로 이어졌는지 설명했다. 쏟아지는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한국축구의 '리더들'은 진실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 없이 '책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도망'가기 바빴다. 홍 전 감독은 멕시코 현지 기자회견에서 2분도 채 되지 않는 사퇴 입장문만 읽고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귀국 이틀 만에 미국 자택으로 향했다. 13년 이상 대한축구협회를 이끌던 정 전 회장 역시 지난 6일 '조용히' 사임서를 제출하고 떠났다. 최근 캄보디아 프로축구 무대로 자리를 옮긴 이 전 기술위원장을 향해서는 '도피성 취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양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의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 리더가 감수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자 자리의 무게라는 얘기다. 무엇을 잘못 판단했고 왜 실패했는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한국축구는 K-축구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개혁을 선언했다. 제대로 된 개혁은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된다. 진단의 출발점은 실패의 당사자들이 국민 앞에서 진실을 설명하는 일이다. 이번 청문회만큼은 책임을 회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답을 내놓는 자리가 돼야 한다. 홍 전 감독이 출석 의사를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 전 회장과 이 전 기술위원장은 청문회를 1주일 앞두고도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출석이 의무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책임 있는 설명이야말로 추락한 한국축구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첫걸음이니 청문회에 출석하시라. 나와서 어떤 질문이든 피하지 말고 답하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