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기자의눈] 통합특별시의 첫 과제는 청사가 아니라 신뢰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713010004789

글자크기

닫기

광주 이명남 기자

승인 : 2026. 07. 13. 16:07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이명남 기자
이명남 전남광주 취재팀장
통합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 그리고 약속을 지켜낼 때 비로소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출범 초기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청사 기능 배치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첫 시험대에 올랐다. 통합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첫 타운홀미팅은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인 동시에 지역 간 인식 차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무안청사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의 핵심 쟁점은 단순히 '주청사'의 명칭이 아니었다.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한 문제는 기획·예산·인사 등 기관 운영의 핵심 기능을 어느 청사에 배치할 것인지였다. 특별법에 3개 청사의 균형 운영 원칙이 담긴 만큼, 청사의 이름보다 권한과 기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 문제는 단순한 청사 위치 논쟁이 아니다. 통합 이후 지역 균형발전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다. 특히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남권 주민들에게 핵심 행정 기능은 지역의 미래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형배 시장을 향한 서남권의 시선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민 시장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달 23일 서남권 당선인 업무공유회에서 "서남권이 원한다면 특별시장이 무안청사에 상근하고 기획·인사·예산 등 기관 유지 기능을 무안청사에 둘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서남권 정치권은 국회의원과 시장·군수 당선인 등이 참여한 공동의견을 마련해 전달하며 화답했다.

타운홀 미팅서 한 시민은 "기획·예산·인사 등 기관 유지의 핵심 기능만 무안청사에 두고 나머지 기능은 다른 청사에 배치해도 된다"며 "서남권이 원하는 것은 낙후된 지역에 핵심 기능을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민 시장은 "무안군수 등 지역 의견을 하나로 모아 합의를 이뤄오면 그렇게 하겠다"며 "다만 광주에서는 왜 핵심 기능을 모두 무안으로 보내느냐는 반발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지역의 뜻을 모아달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통합특별시 수장으로서 보다 분명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타운홀미팅에서 민 시장은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운영하겠다"면서도 무안청사에는 시민주권과 생활행정·농해수산 기능, 광주청사에는 기관 유지와 정무·조정 기능을 중심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확정안은 아니며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행정수장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유보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통합 초기일수록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지역마다 다른 기대가 형성된 상황에서는 설명의 부족만으로도 불신은 커질 수 있다.

여기에 800조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간 기대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불안 역시 함께 해소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통합은 청사를 합치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합치는 일이다. 핵심 기능을 어디에 둘 것인지, 인사는 어떤 원칙으로 운영할 것인지, 균형발전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균형 운영'이라는 원칙도 시민들에게는 추상적인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민형배 시장은 "시민 입장에서 행정 효율성과 균형발전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원론이 아니라 실행이다.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고, 지역 간 신뢰를 쌓을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 때 비로소 통합특별시는 이름뿐인 통합을 넘어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산 무안군수가 강조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원칙은 광주 군공항 이전뿐 아니라 통합특별시 청사 기능 배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민형배 시장이 서남권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균형발전의 원칙을 어떤 결단으로 증명할지 지역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명남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