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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의 연금개혁 이야기]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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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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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연금연구회 리더
코스피 급등에 축포를 터트리며 환호하던 우리 사회가 원화 대비 달러 초강세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4분기부터 금년 1분기에 걸쳐 약 55조원에 달하는 360억 달러를 매각해 가면서까지 환율 방어에 나섰음에도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뉴프레임워크'라는 작명까지 해가며 환율 방어에 나섰던 작년 12월에 지키려 했던 환율이 1480원 수준이었다. '정부의 실력을 보여주겠다!'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며 정책 당국은 자신만만해하면서 연말 해외 외환딜러의 휴가 시즌인 12월 24일부터 개입해 1420원대까지 떨어뜨렸다.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환율 방어가 다시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들어 1560원 선을 넘어설 기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대규모로 달러를 허비하고서도 130원도 더 오른 상황에 처한 만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단이 필요하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로 여럿 거론되고 있으나, 필자는 국민연금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평가한다. 작년 말부터 필자가 이끌어가는 연금연구회는 국민연금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수차 성명서 발표와 세미나 개최를 통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연금연구회가 문제 삼았던 점은 환율 방어 목적으로 해외에 투자된 국민연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대목이었다. '뉴프레임워크'란 명목으로 해외에 투자된 주식과 채권을 매각하여 국내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확보되는 달러로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그 방식 말이다.

외국에 투자됐던 국민연금을 국내 주식 매입 용도로 사용한 것이 작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던 코스피 상승의 촉매 역할도 했다. 그런데 이건 약과다. 올해 1월의 예정에도 없던 회의를 시작으로 수차례 걸친 기금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당초의 계획 대비 국민연금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두 배 가까이 늘려놨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14.4%였어야 하나, 두 차례 계획을 변경하면서 20.8%까지 확대했다. 전략적·전술적 배분의 최대 허용치를 활용하면 28%까지 더 늘어나게 되나, 코스피 급등으로 이 허용치마저도 초과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처음부터 국내 주식 비중을 이처럼 많이 늘릴 의도는 없었을 것 같다. 우량주 위주인 국민연금 보유 주식 가치 급등으로 인해 주식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 상황 변화로 인해 당초 계획대비 주식 비중이 초과될 경우, 원래 계획된 수준으로 그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리밸런싱이다. 거대기금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이 리밸런싱 원칙을 국민연금이 지키지 않으면서부터 문제가 커졌다. 계획대비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대폭 늘렸음에도 이마저도 지키지 않아서다. 리밸런싱 유예 시한을 지방선거 후인 6월 말까지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판단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수일 앞두고서는 코스피 급등의 주역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2배를 허용하는 ETF 상품까지 출시되면서, 급등한 코스피에 군불을 더 때는 조치까지 취해졌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초대형 호재에 덧붙여진 정치적 개입과 오판이 코스피 9000 달성에 큰 역할 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적인 고려 등으로 우리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유예하는 상황에서, 코스피의 또 다른 큰손인 외국인은 꾸준하게 리밸런싱을 실행해서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100조원 이상을 매도한 이유는 이익 실현 목적 외에도, 거대기금이라면 지켜야 할 리밸런싱 원칙 때문이었다. 지역별, 섹터별 투자 비중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하다 보니 한국 시장에서의 리밸런싱 필요가 생겨나서였다. 리밸런싱 필요로 인해 주식을 매도하면 매각 대금의 국외 반출을 위한 달러 수요가 폭증하다 보니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게 된 것이다.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즈는 "국민연금이 상반기 국내 금융시장에서 안정판(stabiliser)이 아닌 증폭기(amplifier)로 기능했다"면서 "간접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자본 유출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이 리밸런싱 원칙을 지켜 주식을 매도했었더라면, 5월 말까지 약 130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130조원을 매도했다면 수익률은 22%가 아닌, 11%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는 "앞으로도 리밸런싱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코스피 과열과 외국인 자본 유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예측대로 거의 매일 외국인의 코스피 대량 매도, 그로 인한 대규모 달러 수요에 기인하는 환율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코스피 상승을 정치적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었던 정부·여당의 무리수가 예기치 않게 원-달러 환율 급등이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자 했던 상황을 초래했다고 보는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미실현 평가수익'를 반영한 재정추계 결과인, 국민연금 기금소진 시점 연장을 들어 시급한 국민연금 구조개혁 필요성마저 부정당하고 있다. 외생변수인 기금 투자 수익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대신에 연금제도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시급함에도 지금은 그저 '희망 회로'만 돌리고 있다. 정치가 국민연금에 개입하면서부터 국민연금 개혁의 시급성마저 망각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연금연구회 리더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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