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호서 年3650만톤, 농업용의 35%
농업계 "생존 직결… 희생 강요 안돼"
가뭄 대비·비축 계획 재산정 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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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들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일대에 조성하는 제2의 반도체 산단에는 전력 6.3GW, 용수 65만t이 각각 필요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자체 관리 댐의 여유 용수 등을 통해 40만~50만t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타 기관 및 지방정부에서 관리하는 댐, 발전·농업용 댐 등을 활용하면 30만t 이상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지난달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단 용수 공급방안에 '나주호'를 포함시켰다. 나주호는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농업용 저수지로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 중인 농업생산기반시설이다.
정부는 산단 필요 용수 65만t 중 10만t을 나주호에서 끌어올 계획이다. 기후부는 기존 잉여 저수량과 영산강 하류 용수를 동원하면 하루 20만t 이상 공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고 봤다.
기후부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확보 가능한 나주호 용수가 하루 21만t으로 분석됐다"며 "이 중 하루 10만t 규모를 (산단 용수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산단 건립 계획에 따라 나주호는 매년 약 3650만t을 공업용수로 할애해야 한다. 이는 한 해 농업용수 공급분의 35% 수준이다. 농어촌공사에 의하면 지난 2015~2024년 10년간 나주호의 연평균 농업용수 공급량은 1억319만t으로 추산됐다.
나주호는 농업용 저수지인 만큼 4~9월 농번기에 용수를 집중 공급한다. 수혜면적은 9267㏊로 축구장 1만2978개 규모 농지가 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10월부터는 이듬해 용수 공급을 위한 비축에 들어간다. 앞으로 매일 물 10만t이 산단으로 빠져나가면 비축 단계부터 전반적인 운영 계획을 재산정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농업용수 전용이 실제 농업 현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수량은 매해 기상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여유 용수를 단순 계산하기 어렵다. 당해 가뭄이 발생하면 공급량을 늘리고, 강수량이 많으면 방류를 줄이는 등 운영 방식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상기후로 용수 확보는 농업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봄철 강수량이 평년 대비 절반 수준(55%)에 그쳐 선제적 용수 확보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초 62개 저수지를 대상으로 추진하던 '가뭄대비 용수확보대책'도 겨울철 강수량 부족상황을 반영해 115개소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농업용수를 전용하려면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농어촌정비법을 보면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자가 한국농어촌공사인 경우 목적 외 사용에 대해 관할 지사 허가가 필요하다. 전용 규모는 기존 농업용수 이용계획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결정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불거질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21년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농업용수 사용허가 절차에는 '사전적 주민 의견 청취'가 포함됐다. 산업과 농업을 둘러싸고 농업인과 비농업인 간 입장이 대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농업계는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이유로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그간 제조·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우리 농업은 부득이한 피해를 감수해 왔다"며 "이를 당연하게 되풀이하는 것은 식량안보와 생산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수 공급은 농업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다만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을 때 (농업과 지역의) 이기주의처럼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용수 전용을 농업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반도체 산단 조성이 영농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농업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농업용수 공급과 영농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