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의염치'라는 고사성어에서 보듯이 옛 선비들은 예절, 의리, 청렴, 수치를 아는 마음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사례가 있다. 미국의 영국으로부터 독립에 결정적 공을 세운 조지 워싱턴은 주변으로부터 미국의 군주가 될 것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그는 "독재자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를 거절하고 염치를 아는 사람으로 남았다.
현재에도 많이 쓰이는 단어로 '파렴치'가 있다. 이는 체면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아주 뻔뻔한 사람을 뜻한다. 현재 우리 사회를 보면 파렴치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파렴치한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주차장에서 주차할 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주차 자리에 서 있는 사람, 두 대의 주차 칸을 사용하면서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필자는 기차를 자주 타고 다니는데 기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법규를 준수하고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대부분의 선한 사람들이 일부 파렴치한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더 나아가 염치를 지킨 덕분에 손해를 본 이들도 그런 손해를 피하려는 마음이 일어나 자칫 파렴치한으로 타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전염효과'가 발생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타인의 감정이나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옮겨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전염효과이다. 다른 사람이 웃게 되면 나도 웃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이 전염되느냐에 따라 긍정적 효과가 나오기도 하고 부정적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하나쯤이야', '남도 하는데 나도 해도 되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으로 사람들이 몰염치한 일을 하나둘 저지르기 시작하면, 그 부정적인 전염의 나비효과가 넓고 멀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과거 우리 사회는 남을 배려하는 민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과 같이 살기는 어려워도 서로 배려하고 돕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 왔던 우리 부모님 세대를 보면, 지금의 세대보다 더 염치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잘못을 하면, 그 책임을 지고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단호함도 보였으며,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선배, 후배, 동료들을 배려하는 그러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과거의 기업가들을 보면 그들 역시 염치를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하였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경우, "사업보국"이라는 말을 통해 기업가로서의 염치를 알고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다. 그는 기업은 국가와 사회에 이익을 주고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모토 아래 염치를 아는 세상 만들기에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자신만을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염치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염치 있는 사람들은 되레 피해자가 되고 염치 없는 사람들은 이득을 취하는 세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러한 염치 없는 세상을 염치 있는 세상으로 바꾸려면 자신이 조금 더 희생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 염치를 알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우선 가정에서의 부모 교육이 우선돼야 하며, 당연히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에서는 염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엄격한 규범과 질서를 계도해서 이들을 염치를 아는 사람으로 변모시켜가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염치를 알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선배 세대의 이런 모습을 잘 본받아 지금보다 더 염치를 아는 대한민국, 더 염치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응일 (울산대 경영경제융합학부 교수)
김응일 교수는…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학사, 미국 퍼듀대학교 석사, 연세대학교 경영학 박사 취득 후 울산대학교 경영경제융합학부에서 조직행동론, 조직설계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인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