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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서의 도쿄 시선] 입시에 자신을 만날 시간 빼앗긴 한·일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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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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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권 사립중학교 입시 열기는 한국과 비슷한 모습
입시경쟁 뚫은 대학생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도서관 서가에서 비전공 서적 뽑아보며 자신과 만나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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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일본의 입시 풍경은 한국과 다르다. 한국처럼 초등학생이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모습이 일본 전역에서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쿄권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곳에도 치열한 수험시장이 있다. 특히 사립 중학교 입시, 이른바 중학수험은 일본식 입시경쟁의 가장 선명한 장면이다.

2026년 수도권 사립·국립 중학교 수험생 수는 약 5만2050명, 수험률은 18.06%로 추정됐다. 저출산으로 아이 수는 줄고 있지만, 도쿄권의 중학입시 열기는 쉽게 식지 않는다. 오히려 적은 아이 한 명에게 더 많은 교육비와 정보와 불안이 집중되는 방식으로 경쟁이 재편되고 있다.

사립 중고일관교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연결된 학교로, 들어가면 고등학교 입시를 다시 치르지 않아도 된다. 6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중학입시는 사실상 대학입시를 향한 첫 번째 분기점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학원에 다니며 중학입시를 준비한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도쿄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이미 인기 학원의 자리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경쟁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중학입시 학원인 사픽스 초등부도 초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평상수업을 운영한다.

초등학교 1학년이면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나이다. 주말에는 가족과 공원에도 가고, 박물관에도 가고, 아무 목적 없이 뛰어놀기도 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그 시간마저 조금씩 입시 준비에 편입된다. 학원 공부가 아이에게 지적 자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이른 나이부터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 속에 놓인다는 점이다.

한국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는 중학입시보다 대학입시 자체가 초등·중등 교육을 끌어당긴다. 의대와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하는 일도 낯설지 않다. 일본의 조기화가 중학입시와 사립 중고일관교를 통해 나타난다면, 한국의 조기화는 수능과 내신, 의대 선호를 통해 나타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안타까운 순간이 있다.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왔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어디에 가본 경험도 많지 않고, 무엇을 해본 기억도 부족하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오면 이제 자유가 기다릴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에 시간과 체력을 쓴다.

그러면 학생은 언제 공부할까. 언제 책을 읽고, 언제 생각하고, 언제 친구들과 토론할까. 언제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게 될까.

나는 학생들에게 가끔 도서관에 가보라고 말한다. 전공 분야의 서가만 보지 말고, 문학, 역사, 과학, 예술, 정치, 경제, 철학, 여행, 요리, 우주까지 도서관 전체를 천천히 걸어보라고 한다. 책 제목을 훑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멈추는 제목이 있으면 그 책을 뽑아 손에 들면 된다.

책 한 권은 누군가가 오랜 시간 피땀 흘려 쌓은 세계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그 세계를 거의 공짜로 만날 수 있다. 뜻밖의 책 한 권이 자신의 관심을 알려줄 수도 있다. 진로는 반드시 거창한 결심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서가에서 무심코 뽑은 책 한 권에서 시작된다.

입시는 필요하다. 경쟁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입시가 아이의 모든 시간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혹시 지금 방황하고 있는 청춘이 있다면, 도서관의 서가를 한번 걸어보면 어떨까. 입시가 빼앗아간 시간을 다시 되찾는 일은 어쩌면 그렇게 조용한 걸음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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