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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제정을 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한 말로 알려져 있다. 공적 권위를 표상하는 자는 단순한 위법의 부재를 넘어, 그 행위와 절차적 과정 전반에서 타인에게 일말의 의구심조차 자아내지 않을 만큼의 완벽한 무결을 현시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이 오래된 명제는 오늘날 권력을 독점하고 법의 집행을 관장하는 대한민국 국가기관, 특히 민주주의의 요체인 선거제도를 총괄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법의 지배를 수호해야 할 사법부에 가장 맹렬하게 적용되어야 할 헌법적 명령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 법 운용 실무를 조감해 보면, 이러한 절차적 무결성의 원칙은 국가기관의 오만한 행정편의주의 앞에 처참히 능멸당하고 있다. 가장 뼈아픈 병폐는 수범자의 지위에 따라 동일한 법규범이 판이하게 재단되는 심각한 이율배반에 있다.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규범은 한 치의 예외를 허용치 않는 '강행규정(불변기간)'으로 옥죄면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에 부여된 법적 의무는 이를 위반하더라도 행위의 효력에 하등의 영향이 없는 이른바 '훈시규정'으로 치환하는 위선적 태도가 사법과 행정 전반에 만연해 있다.
이 모순의 정점에는 통탄스럽게도 규범의 최종 선언자인 사법부가 존재한다. 공직선거법 제225조에는 선거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하여야 한다면서 180일 이내에 처리하라고 강제하고 있으나 다음 선거가 도래할 때까지 결과가 지연되지 않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법조문 제목이 '강행규정'인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 재판은 1심 6개월·2심 3개월·상고심 3개월에 마치라 했으나 1심을 2년 넘게 하는 위법으로 유죄취지파기환송피고인이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
이 외에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소 제기된 날로부터 5개월 내 선고하라고 했으나, 5개월 만에 선고는 언감생심, 첫 기일이 잡히지도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207조는 판결은 변론종결 후 2주 내에 해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도 변론종결일로부터 4주를 넘겨서는 안 된다라고 쓰여 있으나, 4주를 넘기는 것이 특별한 게 아니라 통상이다. 즉,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에 쓰인 '해야 한다' 중 법원이 해야 하는 것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으로 운용 중이다. 규범의 최종선언자인 사법부는 법을 지키는 대신, 그 법을 적힌 것과 다르게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치명적인 비극은, 사법부의 이러한 자의적 법 해석 기조가 민주주의의 심장인 선거제도를 총괄하는 선거관리위원회로 전이되어 이른바 '위법적 공조'를 잉태했다는 사실이다. 사법부가 앞장서서 강행규정을 무력화하자, 사법적 통제가 이완된 틈을 타 선관위 역시 행정적 편의와 실무적 능률 등을 명분 삼아 자신들의 헌법과도 같은 공직선거법상 핵심 절차들을 임의로 탈각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선거에서 발발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바로 이 법원과 선관위의 행정편의주의적 연대가 초래한 필연적 산물이다. 공직선거법 제151조 제1항에 따르면 선거일 전일까지 투표용지를 읍·면·동 선관위에 송부해야 하나, 선관위는 당일 투표용지 수급 현황에 맞춰 배부하였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사전에 수량과 상태를 엄밀히 검수하여 선거 당일의 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지엄한 명령을 임의로 저버린 것이다.
또한 같은 법 제151조 제5항은 투표용지의 송부 과정 및 투표관리관에게 인계하는 과정에 정당 추천 위원이 반드시 참여하여 입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선관위는 그런 절차를 없애버렸다. 이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나아가 제158조 제3항의 투표관리관 날인 의무마저 도장 이미지를 인쇄하는 방식으로 임의 갈음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은, 규범의 최종 선언자인 사법부가 선관위의 이러한 노골적인 일탈을 하자가 없다고 판결하며 법리적 면죄부를 쥐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관이 이처럼 제정한 원칙을 스스로 배척하고 행정편의를 도모하여 절차적 올바름(正)을 훼손했다면, 그 행태 자체가 이미 법리적 층위에서 치명적인 '부정(不正)'이다.
법치행정의 대원칙하에서 바르지 못한 절차가 민주적 정당성을 온전히 담보할 수 없으며, 스스로에게 한없이 관대한 초록동색 국가기관이 합작해 낸 이 부정 앞에 어떠한 합리적 의심조차 제기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맹목적이고 기이한 일일 것이다.
법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애당초 공직선거법의 엄중한 규범을 준수하여 전날까지 투표용지를 정상적으로 송부하고, 법이 정한 정당 추천 위원의 입회 절차를 거치며 철저히 검수했다면 작금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외연을 지탱하는 공권력은 어떠한 변명도 불허하는 숨 막힐 정도의 절차적 무결성으로 스스로의 권위를 입증해야 하며, 사법부와 선관위의 위법적 공조는 즉각 타파되어야 마땅하다.
카이사르의 아내는 결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심조차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호동 (법률사무소 집현전 대표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