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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원유 수입선 다변화, 필요하지만 어려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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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6. 06. 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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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오만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로이터·연합
김영진
김영진 산업1부 기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원유 수입선 다변화'입니다. 중동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위기 때마다 반복됩니다. 최근 SK에너지가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현재 약 70%에서 장기적으로 5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공급망 다변화는 분명 필요한 과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특정 국가 의존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2021년 요소수 사태는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산업과 일상이 얼마나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후 정부도 핵심광물과 배터리 원료, 반도체 소재 등 전략 품목의 공급망 다변화를 국가 과제로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원유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원유는 단순히 공급처만 바뀌면 해결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산유량과 가격 경쟁력, 운송 거리, 정제시설과의 적합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산 원유는 중동산보다 운송 거리가 훨씬 길고 물류 비용도 많이 듭니다. 러시아산은 국제 제재 문제가 있고 베네수엘라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큽니다. 이란산 역시 국제 정세에 따라 언제든 공급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 중동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 규모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공급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가 분명 필요한 부분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 열쇠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제성과 지정학, 물류 여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단순히 '중동을 줄이자'는 구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석유업계 역시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호르무즈 사태를 겪으며 공급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했다"며 "조금 비용이 더 들더라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투자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비용 부담도 경영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만큼 공급 안정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결국 기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공급망 다변화는 '중동을 버리는 전략'이 아니라 '중동 외 선택지를 확보하는 전략'이어야 합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지,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공급망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는 공급망 다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다변화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현실적인 대안이 함께 뒷받침돼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사오느냐'보다 '위기가 와도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입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공급망의 방향뿐 아니라 회복력의 중요성까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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