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기고] 합동성의 이름으로 전문성을 버릴 수는 없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62201000748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6. 22. 18:09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6·25 때 압록강까지 밀린 북한군은 '별오리 회의' 이후 군 전문성을 강화
사관학교 통합은 사자·고래·독수리 대신 '물오리'를 양산할 위험
장광현
장광현 (예비역 육군소장/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1950년 12월, 북한 지도부는 자강도 만포의 산골마을 별오리에 모였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압록강까지 밀려난 상황에서 열린 이른바 '별오리 회의'는 단순한 전쟁 평가가 아니었다. 전쟁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남전략과 군사노선을 재정립하는 출발점이었다.

북한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한국전쟁을 패배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왜 실패했는지를 집요하게 분석했고, 다음에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특수전, 심리전, 비정규전, 사이버전, 핵·미사일 전력을 발전시키며 자신들만의 전쟁 수행 체계를 구축해 왔다.

오늘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이다. 핵무기는 실전적 수준에 도달했고 탄도·순항미사일은 고도화되고 있다. 장사정포와 특수작전부대, 드론전 능력, 사이버전 역량도 지속 강화하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군 조직 발전 방식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통합군제'를 유지하면서도 각 군종의 전문성을 끊임없이 강화해 왔다. 전략군은 사실상 독립 군종 수준으로 성장했고, 해군은 핵 투발 능력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공군은 무인기와 방공체계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전이 합동전의 시대라 해서 군종별 전문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북한이 복합적 위협 체계를 구축하는 동안 우리는 병력 감소와 간부 확보난 등 전력 공백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안보의 미래를 좌우할 장교 양성체계를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손대려는 것이다.

정부는 현대전이 합동전의 시대인 만큼 군 간 칸막이를 허물고 통합적 사고를 갖춘 장교를 양성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합동성은 전문성의 대체재가 아니라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합동성은 각 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융합될 때 비로소 발휘된다. 육군은 지상전 수행 능력을, 해군은 해양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역량을, 공군은 첨단 과학기술과 공중전 개념을 바탕으로 하늘을 장악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임무와 전장 환경, 전통과 문화가 다른 만큼 장교 양성 역시 각 군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체계를 필요로 한다.

지상전도, 해양전도, 공중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장교가 어떻게 효과적인 합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육군은 사자처럼 강인해야 하고, 해군은 고래처럼 넓은 바다를 품어야 하며, 공군은 독수리처럼 하늘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을 같은 울타리 안에 두고 획일적인 교육체계 틀로 양성한다면 사자도, 고래도, 독수리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가 탄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물오리 장교'에 대한 우려다. 물오리는 땅을 걷고 물에서 헤엄치며 하늘도 날 수 있지만 어느 분야에서도 최고는 아니다. 현대전에서는 모든 것을 조금씩 아는 장교가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압도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요구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개편이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사관학교 체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통합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기대 효과가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큰지에 대한 객관적 분석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정책이라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검증과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

북한은 별오리 회의 이후 실패를 교훈 삼아 군종별 전문성을 강화하며 자신들의 전투방식에 맞는 전력을 길러 왔다. 반면 우리는 합동성을 내세워 전문성의 토대인 장교 양성체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사관학교 개혁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향은 통합 자체가 아니라 전문성 강화에 있어야 한다. 합동성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합동성의 이름으로 전문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대남전략에 맞춰 사자와 고래, 독수리를 체계적으로 길러오는 동안 대한민국이 '물오리'를 양산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사관학교 개편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방향성의 문제다. 합동성의 이름으로 전문성을 훼손하는 순간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안보 역량의 퇴행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정교한 설계이며, 속도가 아니라 검증이다. 국가안보는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장광현 (예비역 육군소장/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본란의 기고는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