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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가 식는데 세금만 가열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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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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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기엔 증세 자제하는 반(反)경기적 정책 운용이 상식
침체기에 보유세 강화하면 일자리 줄어들 수 있기 때문
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 강화는 세입자에게로 전가돼
증세보다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데 집중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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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제학 교과서에는 오래된 황금률이 하나 있다. "호황에는 거두고, 침체에는 풀어준다." 반(反)경기적 재정운용이라는 이 원칙은 경제위기를 겪은 거의 모든 나라가 공유해 온 기본 상식이다. 경기가 과열되면 세금을 통해 열기를 식히고, 경기가 얼어붙으면 부담을 덜어 소비와 투자가 다시 살아날 시간을 벌어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종종 이 원칙과 반대로 움직였다. 거래가 사라져도 보유세 고지서는 줄지 않았고, 집값이 하락한 지역에서도 세금 부담이 오히려 커졌다는 불만이 반복되었다. 시장은 식어가는데 조세만 호황기의 관성 위를 달려온 셈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신호등은 분명 빨간불에 가까워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위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건설업 폐업은 연이어지며, 자영업 연체율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되는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 논의를 다시 꺼내는 것은, 침체 위험이 커지는 경제에 또 하나의 짐을 얹는 일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침체기의 증세는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보유세가 올라가면 건물주는 비용 증가를 감당해야 한다. 문제는 그 부담이 시장 어딘가에서 반드시 조정된다는 데 있다. 임대료로 전가되거나,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거나, 신규 투자를 포기하거나, 결국 사람을 줄이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상가 하나를 운영하는 임대업자를 생각해 보자. 보유세와 금융비용이 동시에 늘어나는데 경기는 침체되어 공실 위험까지 커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리모델링을 미루고, 관리 인력을 줄이고, 신규 점포 계약을 포기하게 된다. 건설회사는 신규 사업을 늦추고, 자영업자는 직원을 줄인다. 세금은 고지서에서 끝나지 않고 고용시장으로 흘러간다.

결국 경기 침체기에 거둔 한 푼은, 내년의 일자리 하나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산업은 건설·인테리어·설비·금융·유통·자영업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된 연쇄 산업이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 단순히 집을 사고파는 사람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지역 상권이 흔들리고, 소상공인의 매출이 줄고, 건설 현장의 고용이 줄어든다.

세금은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 수입이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비용이다.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과 가계는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인다. 그리고 그 지출 축소의 끝에는 결국 채용 감소와 일자리 축소가 놓여 있다.

증세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단순하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졌으니, 가진 자에게 더 걷어 못 가진 자에게 나누어 주자는 것이다. 분배 정의 그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침체기에 보유세를 강화하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거래가 얼어붙은 시장에서 다주택자는 매물을 내놓기보다 버티는 쪽을 택한다. 매물이 잠기면 전·월세 가격이 다시 오른다. 결국 세입자가 그 세금을 임차료 인상이라는 형태로 떠안게 된다. 가진 자에게 매긴 세금이, 가지지 못한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역진의 풍경이 펼쳐진다.

중과세 정책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하다. 세금을 걷을 경제 주체 자체를 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서둘러 갈라버리는 꼴이다. 다 쓰러지고 나면 세금은 누구에게 걷어야 하나?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때가 아니다. 야위어가는 거위의 숨부터 돌봐야 할 시점이다. 침체기에는 무엇보다 가계와 기업의 체력을 지켜야 한다. 그 체력이 결국 다음 회복기의 출발선이 된다. 지금 무리하게 거둔 한 푼이 내년의 소비를 줄이고, 다음 분기의 투자를 미루게 하고, 다음 해의 채용을 없앤다면 그것은 거둔 것이 아니라 잃은 것이다.

세금을 올리면, 정부 회계의 수입란에 잠시 숫자가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숫자는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기업의 운영자금에서 빠져나온 돈이다. 경제 전체로 보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의 약화일 수 있다.

유능한 의사는 처방을 하기 전에 먼저 환자의 호흡을 확인한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도 그와 같다. 새 세율표를 다시 손보기 전에 가계의 소비 여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자영업의 연체율이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건설업과 지역 상권의 체력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지금은 증세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세금을 더 걷는 방법보다, 국민경제의 숨이 아직 붙어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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