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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의 AI 에이전틱 이코노미⑩] 이번엔 속도가 다르다-일자리 와해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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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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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지난 9회에서 우리는 AI 특수로 삼성전자 직원들이 보너스로 명품 잔치를 하는 뉴스와 동시에, AI 자동화로 미국의 22~25세 신입 개발자 일자리가 20% 사라졌음을 보았다. 한쪽에서는 호황의 보너스가, 다른 쪽에서는 사상 최악의 채용 절벽이 같은 AI 때문이라는 부조리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진단을 들은 독자 중에는 이렇게 반문하실 분이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 때마다 사라진 일자리보다 더 많은 새 일자리가 늘 생겼다. 이번에도 결국 그럴 것이다." 이것은 낙관적인 견해다.

◇낙관과 비관 사이
먼저 양쪽 진영의 데이터를 나란히 놓아보자. 낙관 진영의 대표 자료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5 미래 일자리 보고서'다. 2030년까지 92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1억7000만개가 새로 생겨, 결과적으로 7800만개가 순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숫자만 보면 안심해도 될 그림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 비관 진영은 암울한 경고를 한다. 가장 충격적인 경고는 AI 회사로부터 나왔다. 2025년 5월, 앤스로픽(Anthropic)의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AI가 향후 5년 안에 신입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50%를 없어질 수 있으며, 미국 실업률이 10~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덧붙였다. "이 기술을 만드는 우리에게는 다가오는 일에 대해 정직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다가오는 줄 모른다." AI 산업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자기 회사가 만들어낼 사회적 경제적 충격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사례다.

이 경고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미국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SignalFire)' 보고서에 따르면, 빅테크의 신입 채용은 이미 팬데믹 이전 대비 50%가량 감소했다. 인사 컨설팅사 머서의 '2026 글로벌 인재 동향' 조사에서는 전 세계 직원의 40%가 AI로 인한 실직을 두려워한다고 답했다. 2024년 28%에서 1년 만에 12%포인트 오른 수치다. 즉 WEF의 낙관적 숫자가 맞다 해도, 그 7800만개 순증이 실현되기 전에 신입 일자리의 절반이 먼저 증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두 진영을 가르는 진짜 변수는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사라지는 속도와 생기는 속도의 간극이다.

◇한 학번이 졸업도 하기 전에
1930년대 미국 농촌 노동의 자동화는 20~30년에 걸쳐 진행됐다. 한 세대가 트랙터를 받아들이는 사이, 다음 세대는 도시 공장 일자리를 찾아 옮겨갈 시간이 있었다. 농부의 아들은 자동차 조립공이 되고, 자동차 조립공의 아들은 사무원이 됐다. 사다리가 바뀌었지만, 그 사이마다 옮겨갈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AI는 그 변화를 한 세대가 아니라 단 한 학번이 입학해서 졸업하기도 전에 압축하고 있다. 챗GPT가 등장한 지 3년 반 만에 신입 개발자의 일자리가 이미 20% 사라졌다면, 노동시장 회전이 마무리되는 데 추가로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5년이다. 한 신입생이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서 졸업장을 받기 직전, 그가 들어갈 자리는 이미 다른 종류의 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가 발명된 1975년부터 파산까지 37년의 유예를 받았지만, 요즘 개발자로 취업할 청년에게는 그 절반의, 절반의, 또 절반도 주어지지 않는다.

◇1년에 16배
게다가 이번 와해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스탠퍼드 인간중심AI연구소의 '2025 AI Index Report'에 따르면, AI는 깃허브의 실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문제를 모은 'SWE-bench' 평가에서 2023년 4.4%만 풀었지만 2024년에는 71.7%를 풀었다. 1년 만에 16배 도약한 것이다. 어떤 인간 직업도 1년 안에 그 정도로 발전하지 못한다. 의사가 1년 만에 16배 더 실력 있는 의사가 될 수 없고, 변호사도, 회계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AI는 그렇게 한다. 그것도 매년.

이 점이 결정적이다. 산업혁명의 자동화는 한 번 새 균형에 도달하면 멈췄다. 트랙터는 트랙터로 머물렀고, 컨베이어벨트는 컨베이어벨트로 머물렀다. 그러나 AI는 멈추지 않는다. 카나리아 한 마리가 떨어진 뒤, 다음 카나리아는 더 깊은 갱도에서 떨어진다. 그 다음은 더 깊은 곳에서. 가스는 점점 안쪽으로 밀려든다.

◇광부가 술잔을 내려놓을 새도 없이
19세기 광부들이 카나리아를 데려간 것은, 새의 죽음을 보고 자기들이 갱도를 빠져나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카나리아의 죽음은 경보 시스템이었고, 그 경보가 작동하려면 죽음과 인간 차례 사이에 충분한 시간 차이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갱도에서는 카나리아가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광부가 술잔을 내려놓을 새도 없이, 가스는 이미 갱도 안쪽으로 밀려들고 있다. 이것이 이번 와해의 진짜 본질이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사라지는 속도가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를 추월했다는 것이다. 아모데이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다가오는 줄 모른다"고 한 경고는 단순한 비관이 아니라 시간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풍경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을 찾기 전에, 우리는 먼저 갱도 안쪽의 광부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다음 회에서 이것을 다룬다.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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