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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평등 조직문화, 일터의 공정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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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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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주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젠더정치 전공)
필자는 몇 년전부터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사업에 컨설턴트로 참여하면서 많은 공공 기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행정통계를 확인하고, 설문 결과를 파악하며 담당자와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었다. 성평등과 관련된 조직문화의 특성은 추상적 구호가 아닌 일상에서 드러난다는 점을 이러한 방문을 통해 확인했다. 즉, 실제로 회의실에서 누구의 발언이 더 무게 있게 받아들여지는가, 핵심 보직은 누구에게 배정되는가, 돌봄을 감당한 구성원은 온전히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가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통해 증명되고 있었다.

성평등가족부가 2020년부터 추진하는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사업'은 이처럼 당연시돼 온 일터의 관행을 체계적으로 질문하고 성찰하게 하는 제도적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인사·권한, 직무 배치, 일·생활 균형, 상호작용, 기관의 성평등 노력 등 다섯 영역을 진단한다. 행정통계와 설문조사, 면접조사를 병행하면서 각 기관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젠더정치 관점에서 볼 때 조직 내 불평등은 대개 노골적 차별보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제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규칙은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같은 규칙 아래에서도 누가 핵심 업무를 맡는지, 누가 의사결정 과정에 가까이 있는지, 돌봄 책임이 경력 형성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에 따라 구성원이 경험하는 기회 구조는 달라진다. 따라서 성평등 조직문화 진단은 조직의 제도와 관행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고, 일터의 공정성을 다시 묻는 성주류화의 실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사업의 특징은 조직 진단에만 머물지 않는다. 진단 결과는 개선계획 수립과 이행지원으로 이어진다. 작년 개선 결과 사례를 본다면,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이다. 한국부동산원과 같은 기관의 경우 채용면접위원의 여성위원 비율이 확대됐고 용인시는 일·생활 균형 제도와 부서평가 지표를 연계하는 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공공기관들이 이룬 작은 개선들은 비록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큰 보람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러한 사업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민간기업과 대학, 병원, 언론사, 시민단체의 일터에서도 공정성, 돌봄, 소통, 안전의 문제는 반복된다. 하지만, 현재 이 사업의 우선순위는 공공부문 안에서 더 넓고 깊게 뿌리내리는 데 있어야 할 것 같다. 2026년 참여 예정 기관까지 포함하더라도 전체 대상 공공기관 2415개 중 조직 진단에 참여한 기관은 409개, 참여율은 16.9%에 그쳤다. 공공기관은 17.2%, 지방공공기관은 10.9%, 공직유관단체는 0.8% 수준에 머물렀다. 이렇듯 아직 공공부문 안에서도 확산과 내실화의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실상, 한국의 성평등도 이러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교육과 건강, 법·제도적 기반에서는 상당한 성취를 이룬 국가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러 국제 성평등 지표들은 경제참여와 정치적 권한의 영역에서 한국 사회의 과제가 크다는 점을 말해준다. 문제는 제도의 유무가 아니라, 그 제도가 조직의 실제 관행 속에서 얼마나 살아 움직이는가에 있다. 성평등 조직문화 진단은 바로 이러한 요소를 다룬다는 점에서 성평등가족부의 중요한 정책적 장치가 된다.

성평등한 조직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는 이제 불식돼야만 한다. 이는 여성의 경력 지속을 확보해 줄 뿐만 아니라 남성의 돌봄 권리를 보장하며, 나아가 청년 세대의 역량 발휘와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의 공정성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낡은 관행을 견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구성원의 공존과 성장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야만 한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이 성평등의 이정표가 더 단단히 축적되고, 더 넓은 일터의 공정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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