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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를 단순한 추억의 회상 정도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그는 상징과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그 사진이 던지는 전략적 신호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은 단순한 중동 분쟁 해결 차원을 넘어선다. 트럼프는 집권 이후 줄곧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강조해 왔다. 그의 협상 방식은 먼저 군사적 우위를 입증한 뒤 협상장으로 상대를 끌어내는 것이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도 미국은 핵시설을 타격하고 핵심 군사 지도부를 제거했으며 핵 개발 일정을 상당 기간 지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령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과시한 효과는 분명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 국내에서는 이미 공화당 진영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협상할 것이라면 왜 전쟁을 했는가", "미국은 무엇을 얻었는가", "이란 핵 문제가 실제로 해결된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최종 파괴 여부에 대한 평가를 몇 주 또는 몇 개월 뒤로 미루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만약 두 달 뒤 공개될 평가 결과에서 이란의 핵 능력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군사행동의 정당성 자체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군사적 승리 못잖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북한 문제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워싱턴 전략가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을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핵보유 적성국으로 인식해 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확증파괴(MAD)가 성립된 강대국이지만 북한은 체제 특성상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미국 안보전략가들에게 훨씬 큰 불안 요소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을 체제 유지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핵 사용 조건까지 법령으로 명문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나는 여전히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 정치적·전략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그는 과거 북한을 "핵 세력(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렇게 되는 순간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논의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동북아 안보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추구할 목표는 '핵보유국 인정'이 아니라 '핵 동결과 감축'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핵탄두 일부 폐기,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핵실험 중단과 같은 제한적 합의를 통해 위협 수준을 낮추고 이를 외교적 성과로 제시하려 할 수 있다.
트럼프 전략을 이해하려면 북한만 봐서는 안 된다. 그의 외교정책의 최종 목표는 언제나 중국 견제였다. 북한은 목적이 아니라 전략적 변수에 가깝다. 현재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대만해협 위기다. 만약 북한 문제가 일정 수준 관리된다면 미국은 더 많은 군사력과 외교 역량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트럼프의 대북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북한과의 직접 접촉 재개. 둘째, 장거리 핵미사일 문제를 중심으로 한 제한적 핵협상 추진. 셋째,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명분으로 중국 견제에 전략 역량 집중. 넷째, 이를 미국 유권자들에게 "전쟁 없이 핵위협을 감소시킨 대통령"이라는 성과로 제시.
노벨평화상에 대한 기대는 이란 공습 이후 사실상 멀어졌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외교적 업적을 필요로 한다. 특히 이란 문제의 성과가 불분명해질 경우 북한 협상은 더욱 매력적인 정치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마주 앉는다면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한국 안보 환경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주변화되는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과 하노이 회담에서도 우리는 협상 당사자라기보다 결과를 통보받는 위치에 가까웠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가 북한을 공격할지, 거래할지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안보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북핵은 여전히 존재하고, 중국의 군사적 압박은 강화되고 있으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또한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다음 수가 무엇인지는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 이루어지더라도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을 전략적 준비를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트럼프가 공개한 한 장의 사진은 단순한 추억의 소환이 아니라 차기 전략의 예고편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트럼프가 어떤 다음 수를 두든 대한민국도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수를 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