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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뷰티의 그림자…위조 화장품이 브랜드 신뢰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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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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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호 대한화장품협회 부회장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할수록 역설적으로 커지는 문제가 있다. 바로 한국 화장품을 모방한 위조 제품이다. 수출이 늘어날수록 가짜도 함께 늘어나는 현실은 K-뷰티의 성공이 만들어낸 가장 불편한 그림자다. 위조 화장품은 단순한 상표권 침해나 기업의 매출 손실을 넘어 소비자 안전과 브랜드 신뢰, 나아가 K-뷰티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6년 1~4월 누적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위조 화장품의 유통 범위 역시 함께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과거 위조 화장품은 특정 국가의 오프라인 시장에서 주로 발견됐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해외 직구·역직구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국경을 넘어 유통되고 있다. 더욱이 위조 제품은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 온라인 판매 페이지까지 정품과 유사하게 제작돼 일반 소비자가 외관만으로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일부 제품은 특정 브랜드명을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유명 K-뷰티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위조 대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인지도가 높은 고가 브랜드가 주요 표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을 통해 인기를 얻은 중소·인디 브랜드까지 모방 대상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응 인력과 법적 역량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는 피해를 인지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위조 화장품이 단순한 경제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제조 이력과 성분이 검증되지 않은 위조 제품은 소비자 건강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위조품 여부보다 브랜드 자체에 먼저 불신을 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수년간 연구개발과 품질관리를 통해 쌓아온 신뢰는 위조 제품 하나로도 훼손될 수 있다. 결국 위조 화장품은 개별 기업의 피해를 넘어 K-뷰티 전체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신뢰 자산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K-뷰티의 경쟁력은 우수한 제품력뿐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에서 비롯됐다.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품질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구축해 온 브랜드 가치가 위조 제품으로 인해 흔들린다면 산업 전체의 성장 기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는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에서 위조 화장품 문제를 더욱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위조 화장품 유통은 제조와 수입, 통관, 온라인 판매 과정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어 국경을 넘는 조직적 대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식재산처, 관세청 등 관계 기관은 안전관리와 지식재산권 보호, 국경 단속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업계와 온라인 플랫폼 역시 위조 제품 모니터링과 차단 체계를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K-뷰티는 이제 단순한 수출 산업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히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를 지키고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는 일 또한 K-뷰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K-뷰티의 진짜 경쟁력은 수출액이 아니라 신뢰다. 제품은 모방할 수 있어도 신뢰는 모방할 수 없다. 세계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화장품을 파는 것보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을 지켜내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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