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지표 뒤 숨은 위기, 맹목적 낙관주의를 경계하라
지방선거 후 최악 대비하는 '회의주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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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온갖 구호와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완공, 신규 착공, 조기 착공, 유치, 국비 확보… 국가 예산이 10배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곳곳에서 너는 누구 편이냐는 강요가 횡행한다. 계속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공동체 전체가 원하지 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선거 뒤에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냉혹하게 판단할 국가적 정치적 리더십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
거대 시스템의 오류는 사소한 경고의 묵살에서 비롯한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후 폭발했다. 승무원 7명 전원 사망. 공중 폭발은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봤다. 대통령 직속 로저스 위원회의 조사 결과, 우주선 오른쪽 고체 로켓 부스터의 이음새를 밀봉하는 O-링(ring)이 발사 당시(1월) 기온 급강하로 굳어져 고온 가스 분출을 막지 못해 폭발로 이어졌다. 오-링은 당시 물가로 10달러짜리 부품. 일부 엔지니어들이 위험 가능성을 인식했고 NASA 지휘부에 연기를 주장했다.
지휘부는 거부했다. 당시 잦은 연기로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상당한 정치적 대중적 압박을 받던 상태다. 지휘부는 전에도 비슷한 기온에 발사했었고, 엔지니어가 아니라 관리자 입장에서 사고하라는 등의 내부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내외부 압박과 자기합리화라는 조직 내 집단사고가 사고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적시했다. 결국 집단사고로 인한 동조 현상이 물리적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동조 현상은 개인이 집단 압력 앞에서 어떻게 합리성을 잃는지 보여준다. 1950년대 솔로몬 애쉬 교수가 진행한 유명한 동조 실험이 수치로 증명한다. 진짜 피실험자 1명과 오답하기로 사전에 약속한 가짜 피실험자(공모자) 7명에게 명백히 길이가 다른 백지 위 직선 보여줬다.
먼저 7명의 공모자가 만장일치로 오답을 선택하자, 정답이 보이는데도 자기 판단을 꺾고 다수의 오답을 따라간 비율이 약 40%에 이른다. 후속 실험에서 공모자 중 1명이라도 정답이나 다른 오답을 선택한 경우, 즉 만장일치 상황을 깨뜨린다면 동조 현상(오답률)은 5%로 떨어졌다. 절대다수의 동조가 개인 지각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함께 집단 압박이 심하더라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소신을 지키는 비율이 획기적으로 상승한다는 얘기다.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8000을 넘어섰다. AI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고, 조선업은 정점으로 향하고 있으며, 석유화학은 강하다. 일부 좋은 지표들이 마치 전체 한국 경제상황을, 거시경제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민생에 직접 와닿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은 경고음을 켜고 있다. 이를 '성공 비용' '도약 마찰음'으로 치부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만성적인 구조적 한계도 뚜렷이 갖고 있다. 이 현상이 경제 기초체력을 실질적으로 갉아먹는 위기 징후가 아니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는가.
예측의 출발점을 철저히 중립(Neutral) 상태에 두고 보면, 소수 산업의 호황이 국가 전체의 구조적 부실을 상쇄한다고 보는 희망은 불안하다. 주가 잔치가 일단락하고, 부동산이 꿈틀거리며, 자산 버블이 진정되고, 거시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나는 시점에, 국제 정세가 우리에게 그다지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막연한 긍정론으로는 적시 대응이 불가능하다.
경영학자 제리 하비가 제시한 '애벌린의 역설(Abilene Paradox)'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텍사스의 한 가정, 장인 장모 등 한 가족이 모였다. 시원한 집에 휴일을 즐기던 중 장인이 80여㎞ 떨어진 애벌린의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밖은 무더위. 아무도 말이 없으니 모두 찬성하는 줄 알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3시간 왕복 거리의 식당에서 '고난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모두 불만이 가득했다. 집에서 말을 맞춰보니 다들 가기 싫었는데 아무도 말이 없어 다른 사람들도 다 원하는 줄 알고 갔다는 것이다. 분위기 깨기 싫어 동조하고, 다른 이도 원할 것이라는 잘못된 추론으로, 또는 다른 의견을 내면 갈등과 불화가 일어날까 봐 만장일치로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애벌린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현실적 낙관주의,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 대중의 불안을 잠재우고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리더십이 주로 취해온 방식이다.
그러나 객관적 위기 지표를 축소하고 구조적 모순을 가림으로써 훗날 더 큰 후유증을 불러일으킨다는 명백한 단점을 가진다. 현실적 낙관주의보다는 미래 희망을 놓치지 않는 회의주의가 훨씬 현실적이다. 궁극적 개선의 방향성은 유지하되, 현재의 지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증하는 태도다. 지방선거 뒤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
김명호 객원논설위원










